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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열고 '딸깍' 하면 플랫폼 쯤이야..
- URL: https://www.travelbiztalk.com/context-over-code-tech-ai/
- Published: 2026-08-21T02:48:34.000Z
- Updated: 2026-08-21T08:37:33.000Z
- Description: 최근 아주 쉽게 온라인 무료 예약 플랫폼을 만들어서 기존 업체를 망하게 해버리겠다는 이야기를 접했네요. 최근 만난 가장 놀라운 패기! 예전부터 수많은 이들이 그렇게 도전했던 일을 이렇게 쉽게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여행업을 바라보며 공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한숨과 헛웃음만 나옵니다.
- Author: TravelBizTalk
- Tags: 뻘소리, ai, 여행업계

스타트업 IR에서 'AI 기반 초개인화 일정 추천 및 다이렉트 예약 플랫폼'이라는 화려한 문구를 볼 때마다 헛웃음이 나온다. 지난 10여년간 정말 다양한 Buzzword가 가득한 보도자료를 봤지만 최근에 만나는 이야기들은 AI만 얹으면 기존 업체들은 다 망할 수 밖에 없고, 자기들이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는 이야기 뿐이다. 수십 년 된 여행 시장이 AI라는 키워드로 단숨에 점령 가능하다고 정말 믿는 걸까. 그 순진한 믿음 뒤에는 자본과 낡은 시스템이 뒤엉킨 거대한 진흙탕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어떻게 이야기 해줘야 할까.

## 낡디낡은 구닥다리

여행의 디지털 유통 구조는 스타트업이 흔히 다루고 배워온 깔끔한 API 세계와는 거리가 멀다. 전 세계 항공권 발권의 상당수는 지금도 낡은 시스템에 묶여 있다. 1960년대 메인프레임에 뿌리를 둔 [GDS](https://www.travelbiztalk.com/gds-global-distribution-system/), EDIFACT라는 통신 규격, IATA의 [BSP](https://www.travelbiztalk.com/bsp-billing-and-settlement-plan/)가 대표적이다.

IATA가 [NDC](https://www.travelbiztalk.com/ndc/)를 도입하면서 항공사들이 직접 유통망을 쥐려 하고 있다. 하지만 항공사마다 API 방식이 제각각이고, 취소·환불·재발행 같은 후속 처리도 여전히 불안정하다. 거기다 항공사는 NDC에 적극적이지 않고, GDS와 함께 사용해야 하며, 결정적으로 BSP 정산과 여전히 동일한 결제 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백오피스 직원들은 반자동 수작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당연히 많은 업체들이 이 영역에 AI를 투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장미빛 미래만 가득한 AI 타령이 아닌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고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숙박업도 별반 다르지 않다. [Bedbank](https://www.travelbiztalk.com/bedbank-wholesaler-supplier/), [CMS](https://www.travelbiztalk.com/cms-channel-management-system/), 낡은 호텔 PMS 사이에서 정보가 늦게 동기화되면서 오버부킹과 가격 오류가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당연히 표준 API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코드의 표준도, 상품의 기준도 존재하지 않고 결제와 정산의 방식 또한 너무나 다양한 변수를 가지고 있다.

비즈니스 일어나는 모든 부분에 이렇게 낡은 시스템이 각자의 방법으로 발목을 잡고 있는 현실 속에 당신들이 그렇게 자랑스러워 하는 매끄럽고 세련되게 꾸며진 화면 따윈 아무런 소용이 없다. 당신들이 이야기 하는 플랫폼은 혁신 기업이 아니라, 주판이 계산기가 된 정도의 혁신일 뿐이다. 구로공단의 재봉틀이 키보드가 된 정도랄까.

## 재미있는 수익 구조

여행업은 전체 이커머스 업종 중에서 손님이 가장 뜸하게 찾는 업종이다. 게다가 판매 금액 대비 플랫폼이 실제로 손에 쥐는 수수료는 최저 수준이다.

항공권 발권 수수료는 이미 오래전에 사실상 사라졌다. 지금은 건당 몇천 원짜리 발권 대행료(TASF)나 GDS 인센티브에 기대는 정도다. 몇몇 대형 업체들이 받아오는 VI는 글쎄.. VI를 감안해서 항공권을 할인하는 현실은 조금만 삐끗하면 적자의 수렁에 빠질 수 밖에.

호텔 예약 수수료가 15\~20%라 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 직계약일 때나 가능한 숫자고, Bedbank나 OTA로 부터 받으면 그나마도 반타작이다. 거기다 매번 다양한 공급 라인과 연동하고, 운영하고, 정산하는 비용은 절대 저렴하지 않다.

손님 한 명을 데려오는 데 드는 비용, 즉 고객 획득 비용(CAC, Customer Acquisition Cost)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다. 성수기 호텔예약 키워드, 항공예약 키워드의 클릭 당 비용의 현실을 알게 된다면 과연 이 비즈니스의 존립부터 걱정하게 될거다.

여행 플랫폼 이용자가 1년에 결제하는 횟수는 겨우 1\~2번뿐이다. 이런 구조에서 고객 한 명이 평생 벌어다 주는 돈(LTV, 고객 생애 가치 Lifetime Value)이 그 고객을 데려오는 데 든 비용(CAC)에 못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 된다. 결국 이런 플랫폼은 아무리 돈을 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밑 빠진 독'이 되어, 트래픽을 쥐고 있는 검색 엔진과 광고 대행사에 돈을 갖다 바치는 꼴이 된다.

브랜드 파워만이 'LTV > CAC' 라는 궁극의 목표에 다다를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다들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현재의 플랫폼이다. 그대들의 서비스는 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 

거기다가 그대들이 만드는 시스템(?), 플랫폼(?), 직원, 그리고 그대(!)는 자원 봉사자가 아니다.

## 그대들 상상속 소비자는 얼마나 현실적인가?

생성형 AI가 단 몇초 만에 최적의 여행 경로를 짜주는 모습은 데모 무대 위에서나 멋있어 보인다. 실제 소비자도 AI에게 '로마에서 갈만한 골목 카페와 호텔을 추천해줘'라고 낭만적으로 묻는다. 하지만 정작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에는 달라진다. 단돈 1,000원이라도 더 싼 곳을 찾으려고 여러 예약 사이트를 비교하고, 카드 할인과 취소 위약금 조항까지 따지느라 브라우저 탭을 십여개 씩 띄워놓고도 결정을 못한다. AI가 아무리 추천해도 글쎄..

여행은 알고리즘이 계산해주는 '합리적인 탐색'이 아니다. '감정적인 욕망'과 '경제적인 타협' 사이를 오가는 줄타기에 가깝다. 그래서 플랫폼의 생사를 가르는 것은 챗봇의 매끄러운 말솜씨가 아니다. 해외 결제 수수료(DCC)를 줄여주는 결제 기술, 확실한 환불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예약 이슈가 터졌을 때 새벽 2시에도 전화가 가능한지, 현지 호텔과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업체인지, 당장 예약 변경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볼 고객 지원 체계다. 

하지만 가장 큰 선택 요인은 할인 조건과 최종 결제금액이다. 이번 여행에서 고객 지원 체계에 불만이 가득한 그대도 이미 수많은 후기에서 다 접한 내용이지 않았나. 환불의 불친절함, 과도한 취소수수료, 연결되지 않는 고객센터, 한밤에 해외에서 맞이한 예약부도의 뒷처리, 사진과 숙소가 얼마나 다른지 등등등. 하지만 그대는 2,000원이 싸다는 이유로 그 플랫폼에서 결제를 했다고!

## 그래서

'플랫폼'이라는 말 한마디에 AI라는 단어를 끼얹는다고 해도 여행업의 복잡한 세계를 건너뛸 지름길은 없다. 유통망 곳곳의 힘겨루기를 제대로 풀어내고, 0으로 수렴하는 마진 구조 속에서도 0.1%의 수익을 지켜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어떤 트래블 테크 기업도 결국 화면 속 신기루로 끝날거다.

근데 수요 없는 플랫폼에 좋은 조건으로 공급하는 공급자가 존재할 수 있나? 소비자를 끌어 오려면 당연히 좋은 조건의 상품은 필수. 좋은 조건으로 공급받을 방법이 없으니 제 살을 깍아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당신은 살을 깍아 만든 조건, 대형 플랫폼은 마진을 높여서 받아내는 조건보다 좋기는 한건가?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대들의 장미빛 미래 가득찬 한마디가 세상 모르는 부잣집 도련님의 무식한 말일지도 모른다.

수수료 무료의 직계약 플랫폼.. AI로 딸깍만 하면 되지 않나. 제발 만드시라. 어서 만들어 보여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