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 취소 수수료의 숨은 덫, '발권대행수수료'에 대한 법적 고찰

여행의 설렘을 안고 항공권을 결제했다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취소 버튼을 누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환불 내역서를 받아들었을 때, 항공사 위약금과는 별개로 ‘발권대행수수료(TASF)’라는 낯선 명목의 금액이 공제되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 해묵은 논쟁의 본질을, 양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파헤쳐 본다.

항공권 취소 수수료의 숨은 덫, '발권대행수수료'에 대한 법적 고찰
항공기가 정상운항했을때만 타스프 받아라?

여행사의 논리: "이미 완료된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

먼저 여행사 측의 입장은 명료하다. 그들은 소비자와의 거래를 두 개의 독립된 계약, 즉 ①항공사의 ‘항공 운송 계약’과 ②여행사의 ‘발권 대행 서비스 계약’으로 구분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TASF는 두 번째 계약에 해당하는 ‘발권 대행 서비스’에 대한 대가다. 이 서비스는 소비자가 전자항공권을 이메일 등으로 수령하는 순간, 그 목적을 달성하여 비가역적으로 ‘완료’된다.

따라서 소비자가 이후 개인 사정으로 여행을 취소하는 것은 전적으로 항공사와의 ‘운송 계약’을 해지하는 문제일 뿐, 이미 완수된 자신들의 서비스에 대한 대가인 TASF를 환불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일견 합리적인 주장처럼 들린다.

소비자원의 반론: "하나의 거래이며, 소비자 보호법이 우선한다"

하지만 소비자원과 소비자 측의 입장은 정반대다. 소비자는 ‘비행기 표’라는 하나의 완결된 상품을 구매한 것이지, ‘운송 권리’와 ‘발권 서비스’를 분리해서 쇼핑한 것이 아니다. 이 시각에서 TASF는 별도의 서비스 비용이 아닌, 총 상품 가격을 구성하는 일부일 뿐이다.

이러한 ‘통합된 거래’라는 인식은 우리 법의 강력한 보호를 받는다. 특히 온라인 구매 시 적용되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은 소비자에게 ‘7일 이내 청약철회권’이라는 막강한 권리를 부여한다. 이는 사업자의 어떤 약관보다도 우선하는 ‘강행규정’으로, 소비자는 계약 후 7일 내에는 어떠한 위약금도 없이 계약 전체를 무를 수 있다.

실제로 법원은 “소비자가 7일 내 구매를 취소했다면, 위약금은 물론 발권대행수수료까지 전액 반환하라”고 판결하며, TASF가 환불 대상인 ‘구매대금’의 일부임을 명백히 했다. 결국 ‘구매 후 7일’이라는 골든타임 안에서는 여행사의 ‘서비스 완료’ 주장은 힘을 잃고, 소비자 보호법의 논리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게 된다.

7일이 지난 후: ‘정보에 입각한 동의’라는 마지막 관문

물론 7일이 지난 후의 취소는 다른 문제다. 이때는 계약 내용과 약관이 중요해진다. 여행사가 ‘TASF 환불 불가’ 조항을 소비자가 명확히 인지하고 별도로 동의했음을 입증한다면, 이는 유효한 특약으로 인정받을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법원은 그 ‘동의’의 수준을 엄격하게 따진다. 단순히 작은 글씨로 나열된 약관에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동의한 것을 ‘정보에 입각한 진정한 동의’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괄적인 환불 불가 방침은 「약관규제법」상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판단될 가능성 또한 여전히 열려있다.

결론을 맺으며

항공권 TASF 환불 분쟁은 소비자 보호라는 대원칙과 계약 자유라는 민법 원칙이 충돌하는 전형적인 사례다. 그러나 적어도 전자상거래가 보편화된 오늘날, 법과 판례의 큰 흐름은 소비자의 권익을 두텁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구매 후 7일’ 이내라면, TASF는 마땅히 돌려받아야 할 소비자의 돈이다.

여행사들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은 이해하나, 그 해법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분쟁을 줄이고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업계 스스로가 법원의 판단과 시대의 흐름에 맞는 합리적인 환불 정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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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기억하시나요? 금요일 저녁이면 온 가족이 TV 앞에 모여 앉았던 그 시절을요. 화면 속에서 할배들이 루브르 박물관 앞을 거닐고, 크로아티아의 붉은 지붕 아래서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오면, 다음 날 아침 여행사 전화통엔 불이 났습니다. "저기 TV에 나온 거랑 똑같은 코스로 예약해 주세요." 그땐 그게 여행의 정석이었고, 일종의 사회적 법칙이었습니다. 거실 한가운데 놓인 TV는 단순한 가전제품이 아니었죠. 우리에게 "올해 휴가는 여기로 가야 해"라고 명령을 내리는 절대적인 '게이트키퍼(Gatekeeper)'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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