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의 채용 시스템, 공채의 유산과 수시 채용의 그림자

최근 패키지여행의 성과가 저조해지면서 여행업계는 큰 위기에 봉착한다. 모두가 이 위기의 원인을 팬데믹 이후의 변화나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시각에서 이 문제를 바라본다. 과연 지금의 위기는 단순히 외부 환경 탓일까? 혹시 오랜 시간 동안 곪아온 '인사 적체'라는 내부적 문제 때문은 아닐까? 이 글은 그 질문에서 시작된다. 겉으로 드러난 위기 이면에 숨겨진 여행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파헤쳐 본다.

여행사의 채용 시스템, 공채의 유산과 수시 채용의 그림자

과거의 낭만, 현재의 그림자

한때 여행업계는 꿈의 직장이었다. 낭만과 자유, 그리고 세상을 향한 열정으로 가득 찬 곳. 그곳의 인재는 '제너럴리스트'라 불렸다. 마치 잘 다듬어진 만능 칼과 같았지. 하지만 지금 여행사들의 구인 공고를 보면 씁쓸하다. 그들은 변한 척하지만, 과거라는 낡은 유령에 사로잡혀 있다.

거대한 댐이 낳은 폐쇄적인 그림자

여행업계의 채용 방식은 한국 기업들의 '공채 시스템'을 그대로 닮았다. 거대한 댐을 건설하는 것과 같다. 한 번에 수많은 물을 가두고, 필요할 때마다 조직이라는 논밭에 방류한다. 이 댐은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키웠지만, 동시에 외부의 강물이 유입되는 것을 완벽하게 막아버렸다.

'기수 문화'라는 거대한 장막이 드리워졌다. 공채로 들어온 '이너서클'은 자신들만의 끈끈한 성을 쌓았다. 외부에서 온 경력직은 언제나 성벽 밖의 '서자' 취급을 받았다. 그들은 실력보다 성벽 안의 풍토에 적응하는 데 에너지를 쏟았다.

결국 유능한 인재를 영입했다는 기업의 자랑은 공허한 메아리가 된다. 이직이라는 악순환의 톱니바퀴만 하염없이 돌아갈 뿐이다. 이는 실력보다 인맥이 중요한 문화를 만든다. '경력직 스카우트 → 인력 공백 → 남은 인력 퇴사'라는 비극적인 고리가 이어진다.

수시 채용, 혁신인가 위장술인가

최근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공채를 없앴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겉으로 보면 시대의 흐름을 따른 혁신처럼 보인다. 나는 새로운 바람이 부는가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는 인재를 존중하는 변화가 아니라, 기업의 편의성을 위한 위장술에 가깝다.

효율성의 가면 아래 숨겨진 냉혹한 계산

수시 채용은 비용 절감에 최적화된 시스템이다. 기업은 즉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원한다. '신입을 가르칠 시간과 돈이 아깝다'는 냉혹한 계산이 깔려 있다. 하나투어는 경력직을 1년 계약직으로 뽑아 시험한다. 모두투어 경영진은 "IT 외 인재는 내부에서 해결할 것"이라 말한다. 이는 외부의 신선한 피보다, 내부 인력만으로 근근이 버티겠다는 뜻이다. 급변하는 시장에 필요한 IT 전문가, 데이터 분석가 같은 인재를 스스로 내치는 행동이다.

낡은 옷을 입은 채로 미래를 이야기하다

여행업계는 지금 기술과의 접목이 필수다. AI 기반 예약 시스템, 빅데이터 분석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낮은 연봉과 경직된 문화가 발목을 잡는다. '진짜' 스페셜리스트들은 오지 않는다. 수시 채용은 겉만 번지르르한 새 옷에 불과하다. 그 속은 낡은 공채의 잔재로 가득하다. 하나투어는 유연근무제 만족도가 높지만, 낮은 연봉 불만은 여전하다. 모두투어는 성과연봉제를 운영해도 외부 인재 영입에 소극적이다. 단기적인 효율만 좇으면 미래 인재를 놓친다. 장기적인 경쟁력을 잃게 된다.

미래로 가는 길목에 선 여행업계

지금 여행업계는 거대한 암초에 부딪힌 배와 같다. 패키지여행의 인기가 시들면서 성과는 저조하고, 조직 내부에는 십수 년간 쌓인 '인사 적체'라는 거대한 짐이 놓여 있다. 승진할 자리는 없고, 새로운 피는 수혈되지 않는다. 이 꽉 막힌 구조는 결국 모두를 지치게 한다. 겉으로는 새로운 시대를 이야기하지만, 속으로는 과거의 무게에 짓눌려 있다.

과연 여행업계는 이 거대한 짐을 덜어내고, 새로운 항해를 시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