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윈에어, 기술에만 집착한 스타트업의 위험한 착각
여행 스타트업이 살아남기란 쉽지 않습니다. 특히 항공 산업처럼 보수적이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선 더더욱 그렇죠. 오늘 소개할 ‘올윈에어’는 기술력만으로 승부를 보려다 현실의 벽에 부딪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모두가 이기는 게임’을 꿈꾸지만 현실은 제로섬
올윈에어는 2014년 설립된 작은 스타트업으로, ‘ALL WIN’이라는 이름처럼 항공사, 여행사,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을 주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특히 ‘미판매 좌석’, ‘비선호 좌석’ 등 기존에 활용되지 못한 자산을 AI로 분석해 수익화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었죠.
아이디어는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항공 업계의 현실을 고려하면, 이 ‘모두가 이기는’ 구조는 지나치게 이상적입니다.
항공권 시장은 이미 스카이스캐너 같은 가격비교 사이트, GDS 시스템의 높은 수수료로 수익이 쪼그라든 상황입니다. 여기에 또 다른 중간자인 올윈에어가 끼어들어 수수료를 챙긴다면, 진짜로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요? 실제로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한쪽의 이득이 다른 쪽의 손실로 이어지는 제로섬 게임”이라고 지적합니다.
AI 기술? 실체보다 기대가 앞선다
올윈에어는 100개 이상의 비즈니스 모델 특허와 AI 기술을 앞세워 자신감을 보여왔습니다. 좌석 추천 AI, 부가서비스 자동 추천 시스템, 동적 가격 책정 솔루션까지, 마치 ‘기술 기업’의 정수를 모아놓은 듯 보입니다.
하지만 냉정히 보면, 이 기술들이 과연 시장에서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불투명합니다.
2019년 기준 올윈에어의 매출은 고작 1억 2천만 원. 반면 영업 손실은 무려 12억 5천만 원, 순손실은 13억 원에 달했습니다. 심지어 이마저도 팬데믹 이전의 실적입니다. 이후의 재무 상황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쯤 되면, 화려한 특허와 AI 기술이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포장지’ 이상의 의미가 있는지 의심이 듭니다.
파트너십? 허상에 가까운 협력 구조
올윈에어는 제주항공, 인터파크 등과의 제휴를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제한적인 범위의 협력에 불과합니다.
예를 들어 제주항공의 경우, 올윈에어의 좌석 추천 AI를 ‘국내선 OTA 채널’에만 독점 적용했습니다. 항공사의 핵심인 직판 채널이나 국제선까지 확대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대형 OTA인 인터파크도 자사 기술력을 고려하면 언제든 올윈에어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즉, 겉으로는 협력처럼 보여도, 실질적으로는 ‘언제든 관계가 끊어질 수 있는 불안정한 동맹’에 가깝습니다.
항공사들은 점점 올윈에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항공사의 전략 변화입니다. 최근 항공사들은 부가 서비스 판매를 직접 강화하고 있습니다. 마일리지, 멤버십, 맞춤형 혜택을 통해 고객을 직판 채널로 유인하는 것이 대세죠.
이런 흐름 속에서 올윈에어 같은 ‘중간 플랫폼’의 필요성은 점점 줄어듭니다. 실제로 많은 항공사들이 독자적인 AI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대형 OTA와 직접 협력해 올윈에어를 우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윈에어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셈입니다.
기술 스타트업의 ‘고질병’… 수익 없는 성장
여행 업계에서 기술만으로 승부를 보려는 스타트업들은 종종 ‘기술 과잉, 수익 부재’의 함정에 빠집니다. 올윈에어 역시 비슷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특허, AI, 수상 경력 등 외형적 성과는 쌓였지만, 정작 실질적인 수익 모델은 취약합니다. 2019년 이후 외부 투자 유치 소식도 없고, 공개된 재무자료도 없습니다. 지속적인 운영을 위한 ‘현금’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면, 언제든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올윈에어가 정말 살아남으려면
이제라도 올윈에어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 실질적인 수익 모델 확보: 부가 서비스 판매 수익에만 의존하지 말고, 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고민해야 합니다.
- 진짜 독점적 파트너십 구축: 표면적인 제휴를 넘어, 항공사나 여행사와 깊이 얽힌 공동 사업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 투명한 경영 공개: 최근 실적을 숨기기보다, 시장에 솔직하게 공개하고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기술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은 이제 내려놔야 합니다. 올윈에어가 진정한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이유입니다.
마무리: 스타트업 생존,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올윈에어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특허를 보유했더라도, 시장의 냉혹한 현실과 수익 구조를 무시한다면 결국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특히 여행업계처럼 변동성이 크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기술 포장’만으로는 투자자도, 파트너도, 소비자도 만족시키기 어렵습니다.
올윈에어가 겉모습을 넘어, 진짜 실력을 증명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