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의 데자뷔, 여기어때의 '스타 가이드' 마케팅을 보며
요즘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인 여기어때가 패키지 여행 시장에 당당하게 진출하며 내세운 '스타 가이드 동행' 마케팅이 화제입니다. 고객 만족도가 높은 가이드를 엄선해 특별한 여행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는 언뜻 보면 그럴싸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디서 많이 보던 풍경이죠? 마치 낡은 옷을 꺼내 '빈티지'라 부르는 것처럼, 여행업계 관계자들에겐 이 마케팅이 과거의 실패를 그대로 재연하는 웃픈 '데자뷔'처럼 느껴집니다.


'스타'라는 낯익은 유령, 여행업계를 떠돌다
'스타 가이드'라는 개념은 사실 하나투어나 모두투어 같은 전통적인 대형 여행사들이 이미 오래전에 시도했다가 쓴맛을 본 전략입니다. 하나투어는 자체 고객 만족도 조사(HCSI)를 통해 우수 가이드를 선별하고, 이들이 동행하는 프리미엄 상품을 기획했었죠. 모두투어는 가이드 개개인의 스토리를 부각하는 '히어로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했었고요. 이 얼마나 '혁신적인' 시도였습니까?

놀랍게도 하나투어는 코로나 이후 중단된 스타가이드 상품을 2023년에 재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은 단기적으로는 화제를 모았지만, 결국 '구조적 모순'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혀 슬그머니 사라졌습니다. 마케팅이 약속한 화려한 이름 뒤에 감춰진 여행업계의 냉혹한 현실을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왜 실패했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사람'을 내세웠지만 '시스템'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약속과 지켜질 리 없는 현실의 간극
'스타 가이드' 마케팅이 가진 가장 큰 맹점은 바로 운영상의 물리적 한계입니다. 패키지 여행은 현지 여행사(랜드사)가 현지 상황에 맞춰 차량, 숙소, 식사, 그리고 가이드까지 모든 것을 조율하는 복잡한 시스템이죠. 따라서 특정 가이드를 '확정'해서 모객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입니다. 출발 직전에야 가이드 배정이 확정되는 일이 다반사인데, 두세 달 전부터 특정 가이드와의 동행을 약속하는 것은 '애초에 지킬 생각이 없는 약속'처럼 들립니다. 이 얼마나 기만적인가요? '확정'이라는 달콤한 단어 뒤에 숨어있는 '변경 가능'이라는 씁쓸한 현실은 소비자들을 두 번 실망시킬 뿐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가이드의 열악한 노동 환경입니다. 대부분의 현지 가이드는 고정된 월급 없이, 패키지 가격에 포함되지 않은 '쇼핑'과 '선택 관광(옵션)'에서 발생하는 수수료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합니다. 이들에게 '스타'라는 화려한 명패를 달아주면서, 여전히 그들을 쇼핑몰 판매원으로 내모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이는 그저 '가이드의 영혼을 담보로 한 '뻔뻔한 마케팅'일 뿐입니다.
이러한 운영상의 문제점은 소비자에게는 실망감을, 여행사에게는 법적/규제적 리스크를 안겨줍니다. 확정이 어려운 요소를 마치 확정된 것처럼 광고할 경우, 표시광고법상 거짓, 과장, 기만에 해당될 소지가 발생합니다. 소비자들은 '스타 가이드'를 기대했다가 평범한 가이드를 만나게 되면 곧바로 실망하고, 이는 불만과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어때, '공허한 혁신'을 외치다
여기어때는 기존 패키지 여행의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인수 자회사인 온라인투어의 기존 상품을 여기어때 플랫폼에서 이름만 바꿔 판매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싸늘한 시선이 지배적입니다. 강제 쇼핑이나 옵션 비용 같은 패키지 여행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스타 가이드'라는 화려한 명분만 내세웠다는 비판은 이 때문입니다.

여기어때투어로 이름을 바꾼 온라인투어가 해야할 일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스타'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이 혁신은 약속과 현실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과거의 전철을 밟게 될 것입니다. 진정한 혁신은 화려한 포장지가 아니라, 여행 상품의 투명성을 높이고 가이드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진정성 있는 노력'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여기어때의 '스타 가이드'는 공허한 구호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