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BnB의 수수료 구조 개편, OTA로 가는 길

AirBnB에서 마음에 드는 숙소를 발견하고 결제 페이지로 넘어갔을 때, 예상치 못했던 서비스 수수료와 청소비 때문에 최종 금액이 훌쩍 뛰어올라 당황했던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입니다. 정말 .. 양아치...

AirBnB의 수수료 구조 개편, OTA로 가는 길

보이는 가격이 전부가 아닌 이유

표시금액과 결제금액 격차에 따른 고객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AirBnB가 '더 간단한' 수수료 구조로 변경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 변화는 표면적인 단순함을 넘어, AirBnB의 정체성을 바꾸고 호스트의 독립성을 시험하는 중대한 전략적 승부수입니다.

Airbnb is introducing a simpler fee structure – what does this mean for hosts? - MyRent
The new Airbnb fee of 15.5% brings transparency and more bookings. From October 2025, hosts set the price that guests see, with no hidden costs. Simpler business and better competitiveness on the market.

어떻게 바뀌나? AirBnB의 새로운 수수료 계산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수수료를 부담하는 주체와 방식입니다.

  • As-Is (분리 수수료) : 호스트가 약 3%, 게스트가 약 14.1%에서 16.5%의 수수료를 각각 부담
  • To-Be (호스트 단독 수수료) : 호스트가 15.5%의 단일 수수료를 모두 부담. 게스트는 호스트가 설정한 가격 외에 추가 수수료 없음

이 변경은 2025년 10월 27일부터 숙소 관리(PMS) 또는 채널 관리 소프트웨어(CMS)를 사용하는 호스트에게 우선 적용 예정 이라고 합니다. 일부 호스트 커뮤니티에서는 12월까지 대부분의 호스트에게 확대 적용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으나,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간단한 예시를 통해 두 방식의 차이를 살펴보겠습니다.

  • As-Is : 호스트가 숙박료를 100,000원으로 설정하면, 게스트는 약 115,000원을 보게 되고 호스트는 약 97,000원을 정산받습니다.
  • To-Be : 호스트가 기존과 비슷한 수익을 얻기 위해 숙박료를 115,000원으로 올리면, 게스트는 최종가 115,000원을 보게 되고 호스트는 여기서 15.5%를 제외한 약 97,175원을 정산받습니다.

게스트를 위한 '투명성'은 호스트에게는 '복잡성'

AirBnB가 내세우는 이번 개편의 가장 큰 명분은 게스트를 위한 '가격 투명성'입니다.

게스트 입장에서는 이제 검색 결과에서 본 가격이 최종 결제 금액이 되므로, 결제 과정에서의 가격 마찰이 사라집니다. 이는 부킹닷컴이나 익스피디아 같은 경쟁사들의 방식과 같아지며, 소위 '숨은 수수료(junk fees)'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는 호스트에게 새로운 현실을 안겨줍니다. 이제 호스트는 자신의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직접 숙박 요금을 인상해야 합니다. 더 큰 문제는, 게스트들이 이러한 수수료 구조 변경을 인지하지 못한 채, 단순히 호스트가 가격을 과도하게 올렸다고 오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가격 인상에 대한 비난은 AirBnB가 아닌 호스트가 고스란히 감당하게 될 수 있습니다. 가격 책정과 그에 대한 정당성을 온전히 호스트가 책임져야 하는 구조로 바뀐 것입니다.

수수료 변경? OTA와 직접 경쟁!

이번 수수료 변경의 이면에는 더 큰 전략적 동기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거대 온라인 여행사(OTA)와의 본격적인 경쟁입니다.

호스트 단독 수수료 모델을 채택함으로써, AirBnB는 부킹닷컴, 익스피디아와 동일한 운동장에서 직접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이제 AirBnB는 자신들의 상징이었던 '커뮤니티'식 운영 모델을 버리고, 전통적인 OTA의 구조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업계 전반에 걸친 'OTA 동조화(convergence)' 현상의 일부로 해석됩니다. (이는 결제 중앙화, 체험 상품 제공, 호텔 예약 연동 강화 등 AirBnB가 점점 더 전통적인 OTA의 사업 모델을 닮아가는 흐름을 의미합니다.) AirBnB가 호텔 예약을 더 쉽게 유치하고 플랫폼의 호텔 인벤토리를 확장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의 시작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수 있습니다.

호스트들은 이미 떠날 계획을 마무리 했다.

이러한 변화에 호스트 커뮤니티는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대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알려진 AirBnB 호스트 커뮤니티의 주요 반응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가격 인상 : 대다수의 호스트들은 기존 3% 수수료와의 차액인 12.5%에서 최대 15.5%까지 숙박 요금을 인상해 손실을 메울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 직접 예약 웹사이트 구축 : 에어비앤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적인 직접 예약 웹사이트를 적극적으로 구축하려는 호스트들이 늘고 있습니다.
  • 경쟁 플랫폼 입점 : VRBO와 같은 경쟁 플랫폼이 운영에 있어 더 유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 장기 임대 전환 : 단기 임대 숙소(STR)를 전통적인 장기 임대로 전환하여 수익률을 맞출 계획을 밝히고 있습니다.
Airbnb is changing its fee structure - hosts, how are you planning to adapt?
by u/ahmadhashlamoun in airbnb_hosts

글로벌 최대 커뮤니티 레딧은 이것으로 꽤 시끄럽습니다.

커뮤니티 전반에서 이번 AirBnB의 결정에 대해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사용자는 "에어비앤비가 호스트나 게스트가 아닌, 오직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플랫폼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이야기 하지만 사실 AirBnB는 언제나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서 서비스를 운영해 왔습니다.

AirBnB '커뮤니티'의 종말?

이번 수수료 개편은 AirBnB가 '커뮤니티'라는 이상을 버리고 거대 OTA와 같은 길을 걷기로 결정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선언이라고 봐야 합니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HotelTonight 를 인수할 때 확인된 것입니다. 다들 아니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에서 계속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죠. 이미 그들은 거대 OTA입니다.

Airbnb officially owns HotelTonight | TechCrunch
Airbnb has completed its largest acquisition yet.

2019년.. 벌써 몇년이 지난건지

이제 AirBnB는 그들의 독특한 '호스트 커뮤니티' 기반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그 독특한 '커뮤니티'가 AirBnB를 거대 제국의 하나로 만든 원동력 중 하나였지만 이제 그것을 버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