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A, 디지털 깃발을 꽂지 못한 마지막 섬을 찾아서
거대한 공룡 같았던 전통 여행사들이 OTA(Online Travel Agency)라는 작은 세포들에 잠식당하는 과정을 목격했다. 항공권, 호텔, 액티비티. 이 모든 것이 손바닥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거리는 의미를 잃었고 편리함은 절대적 미덕이 되었다. 나는 늘 생각했다. 다음은 무엇일까? 디지털의 파도가 아직 닿지 않은, 혹은 닿았지만 온전히 휩쓸지 못한 섬은 어디일까. 내 눈에 들어온 곳은 바로 대한민국의 마사지 서비스 시장이다.

얼핏 들으면 황당한 소리처럼 들릴 것이다. 이미 수많은 마사지 예약 앱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 않으냐고 반문할 테다. '하이타이', '마통', '힐리'… 나 역시 이들의 성공을 인정한다. 이들은 정부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보이지 않는 시장'의 정보를 수집하고 구조화하는 데 성공했다. 오프라인 마사지샵들이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던 파편들을 한데 모아 '디렉토리'라는 지도를 만든 것이다. 그 공로는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들은 시장을 '점령'한 것이 아니라, 그저 '터치'했을 뿐이다. 이 시장의 디지털화는 아직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아니, 어쩌면 '디지털화'가 아닌 '디지털 잔해'가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전화번호와 할인율을 나열하는 방식은 결국 오프라인 광고 전단지를 모바일 화면으로 옮겨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디지털 전환의 핵심인 '완벽한 예약 경험'과 '신뢰성 보증'은 여전히 요원하다.
첫 번째 딜레마: 디지털화가 멈춰버린 이유
왜 마사지 시장은 이토록 디지털화가 더딘 걸까? 나는 그 이유를 크게 세 가지에서 찾는다.
첫째, '오프라인 완성형' 서비스의 본질 때문이다. 마사지는 결국 사람이 직접 하는 행위다. 온라인에서 아무리 아름다운 사진과 화려한 후기를 보더라도, 소비자의 궁극적인 경험은 샵을 방문해 마사지사의 손길을 직접 느끼는 오프라인에서 완성된다. OTA가 아무리 편리한 예약 시스템을 만들어도, 마사지사가 오늘 기분이 좋았는지, 손힘은 적당했는지, 샵 위생 상태는 어떤지 등의 정보는 온라인으로 완벽하게 담아내기 어렵다. 이러한 '촉각적'이고 '경험적'인 요소가 디지털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이자, 동시에 아직도 아날로그 영역에 남아있는 가치이기도 하다.
둘째,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지금의 마사지 앱들은 단순히 할인된 가격과 전화번호를 보여주는 데 그친다. 고객은 결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샵에 전화해 예약을 확정해야 한다. 예기치 않게 추가 요금을 내는 경우도 있고, 서비스 품질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마사지샵 입장에서는 앱에 들어오는 손님을 '새로운 고객'이 아닌 '전단지 보고 찾아온 손님'처럼 응대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국 전화 한 통으로 예약이 완성되는 지금의 구조는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완벽한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고, 불편함의 틈을 남겨두고 있다.
셋째, '불건전함'이라는 꼬리표 때문이다. 아쉽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일부 마사지샵들이 성매매와 같은 불법 퇴폐 영업과 결부되어 왔던 역사가 마사지 시장 전체의 이미지를 흐려놓았다. 아무리 건전하고 깨끗한 샵이라 할지라도, 대다수의 소비자에게 마사지라는 단어는 여전히 찝찝한 회색 이미지와 겹쳐진다. 이 때문에 OTA와 같은 대형 플랫폼들은 섣불리 이 시장에 손을 대지 못한다. 수년간 쌓아온 깨끗한 브랜드 이미지가 자칫 잘못된 오해로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리스크 때문이다. 이 '불건전함'이라는 무형의 장벽은 법적 리스크보다 훨씬 더 무섭고 거대한 진입 장벽으로 존재한다.
두 번째 딜레마: 법적 리스크, 무지와 회색지대
마사지 시장을 이야기하면서 법적 리스크를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이게 가장 복잡하고, 이 시장이 '숨어있는 시장'이 된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의료법은 시각장애인만 안마사 자격을 가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이 규정이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여러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안마'의 범위가 굉장히 넓다는 것이다. 법원은 팔로 주무르는 모든 행위를 안마로 본다. 이 규정대로라면, 우리가 흔히 아는 태국 마사지, 스포츠 마사지, 아로마 마사지 등은 모두 불법 의료행위가 될 수 있다. 이 시장은 마치 도로 표지판이 지워진 길과 같다. 운전자들은 어디까지가 합법이고 불법인지 모르지만, 대다수가 그 길을 통해 이동하고 있다. 단속은 주로 성매매와 같은 퇴폐 영업이나 민원이 발생했을 때만 이루어지고, 일반적인 건전 마사지 시장은 사실상 묵인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OTA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거대 플랫폼이 이 길을 닦기 시작하는 순간, '불법 마사지 알선 플랫폼'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 있다. 이는 플랫폼의 신뢰성과 브랜드 가치에 치명적이다. 하지만 나는 이들이 리스크를 회피하는 대신 정면 돌파할 것이라고 본다. 그 방법은 바로 '안심'이라는 강력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모든 제휴 업소를 대상으로 엄격한 '안전 및 위생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통과한 샵에만 '공식 인증 마크'를 부여할 것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고객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고객 보상 제도'를 도입할 것이다. 이는 기존 앱들이 흉내 내기 어려운, 거대 자본과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들이 단순히 '할인'이 아닌 '믿음'을 팔기 시작하는 순간, 시장의 판도는 완전히 뒤바뀔 것이다.
세 번째 딜레마: OTA의 SWOT 전략
OTA가 마사지 시장에 진출했을 때 예상되는 SWOT(강점, 약점, 기회, 위협)을 간단하게 짚어보자.
- 강점(Strengths):
-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 이미 확보된 수백만 명의 고객에게 마사지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다.
- 우수한 기술력과 자금력: 실시간 예약, 데이터 기반 맞춤형 추천, 안정적인 결제 시스템 등 기존 앱을 뛰어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숙박, 액티비티 등 기존 여가 상품과 마사지를 연계한 패키지를 판매하여 독점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 약점(Weaknesses):
- 전문성 부족: 마사지 산업의 특수성이나 공급자(마사지샵)와의 관계 구축 경험이 없어,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수 있다.
- 브랜드 리스크: 불법 마사지 업체와 연관될 경우, 브랜드 이미지 전체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
- 느린 의사결정: 작은 스타트업에 비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 기회(Opportunities):
- 미개척된 프리미엄 시장: 기존 앱들이 다루지 않는 고급 호텔 스파나 특화 마사지 시장을 공략하여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 소비 트렌드 변화: 웰빙, 자기 관리 등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마사지 서비스 시장의 잠재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 기술 주도적 혁신: 기술적으로 압도적인 플레이어가 없는 현 시장에서, OTA는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 위협(Threats):
- 기존 강자들의 견제: '하이타이'와 '마통' 같은 기존 마사지 앱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 법적/규제적 리스크: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놓인 시장의 특성상, 규제 당국의 집중 단속이나 대한안마사협회 등 이해관계자 단체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결론: 아직도 숨어있는 섬들에 대한 이야기
이것이 내가 마사지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저렴한 타이 마사지, 럭셔리 스파, 동네 작은 발 마사지샵까지. 그 모든 곳이 디지털의 파도 위에서 흔들리고 있다. 기존 앱들은 파도에 몸을 맡기고 나름의 균형을 찾아왔지만, OTA라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들은 파도 위에서만 놀던 기존 사업자들과는 달리, 파도를 통제하고 새로운 항로를 개척할 것이다.
아직 디지털화가 덜 된 산업을 발굴하는 것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아직도 수많은 섬들이 숨어있습니다. 다만 그 섬에 깃발을 꽂는 순간, 거대한 논쟁이 시작될 겁니다." 그리고 그 논쟁의 끝에, 우리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시장을 보게 될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