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 인력 구조의 민낯: 과거의 영광은 독이 될 뿐입니다

요즘 공항에 나가보셨나요?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출국장을 보면 여행업계가 드디어 긴 잠에서 깨어나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조사하고 분석한 바에 따르면, 그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인력 구조의 근본적인 붕괴라는 무서운 현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은 곪아가는, 우리 여행업계의 민낯을 조금은 차갑고 날카롭게 들여다보려 합니다. 과거의 성공 공식이라는 '달콤한 독'에 취해 있는 기업들에게는 아주 쓴소리가 될 것 같네요.

여행업계 인력 구조의 민낯: 과거의 영광은 독이 될 뿐입니다

1. 공채 시대의 종말, 과거의 영광은 이제 '사치'입니다

2010년대, 우리 참 대단했죠.

저비용 항공사(LCC)가 하늘길을 넓히고 해외여행이 밥 먹듯 쉬워지던 시절, 하나투어나 모두투어 같은 대형 여행사들은 매년 두 차례씩 성대한 '신입 공채'를 열었습니다.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소위 '엘리트' 신입들이 OJT와 순환 배치를 거치며 정석대로 커가던, 시스템이 살아있던 시대였죠. 당시의 공채는 단순한 인원 충원이 아니라,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증명하는 축제와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2020년, 팬데믹이라는 재앙이 닥치자 그 견고하던 시스템은 맥없이 무너졌습니다. 매출이 0원에 수렴하는 공포 앞에서 수십 년간 이어온 공채 전통은 단칼에 잘려 나갔죠. 문제는 시장이 회복된 지금입니다. 여전히 많은 기업이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치면서도, 과거처럼 인재를 직접 키울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수시 채용'과 '경력직 중심'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즉시 전력감만 찾고, 교육 비용은 아까워하는 이 구조. 당장의 효율은 높을지 모르지만, 조직의 미래를 짊어질 '우리만의 인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걸 정말 모르는 걸까요? 과거의 '규모의 경제'에만 매몰되어 인재 육성이라는 본질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2. 사라진 '허리'와 끊겨버린 노하우의 맥(脈)

더 심각한 건 조직의 중심축인 '허리'가 완전히 잘려 나갔다는 사실입니다.

3년에서 10년 차 사이, 한창 실무에서 날아다녀야 할 주니어와 준시니어 인력들이 팬데믹의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대거 떠나버렸습니다. 무급 휴직과 구조조정의 공포를 겪은 그들에게 여행업은 더 이상 꿈의 직장이 아닌 '불안정한 일터'가 되어버린 거죠.

이들이 떠나며 가져간 건 단순한 인력이 아닙니다.

현지 파트너와의 은밀한 네트워크, 예상치 못한 천재지변 앞에서의 대응력, 고객의 마음을 읽는 디테일한 '암묵지'가 통째로 증발했습니다. 지식의 전수가 끊기니 상품의 질은 예전만 못하고, 현장에서는 "예전엔 안 이랬는데"라는 한숨만 들립니다.

결국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은퇴를 앞둔 시니어들이 다시 실무 전선에 투입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건 명백한 비효율이죠.

시니어가 실무를 쳐내느라 바쁘니 신입들은 제대로 된 교육도 못 받고 업무 과부하에 시말서를 쓰다 다시 사표를 던집니다. 악순환도 이런 악순환이 없죠.

3. AI의 습격, 신입들의 '배움 사다리'를 치워버리다

설상가상으로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덮쳤습니다.

과거에 신입 사원들이 선배 어깨너머로 배우며 처리하던 항공권 환불 계산, 단순 예약 확인, 고객 응대 같은 일들을 이제 AI가 소리 없이 가로채고 있습니다.

실제로 하나투어는 ChatGPT Enterprise를 도입해 항공권 환불 문의를 40%나 줄였습니다. 고객에게는 편리하고 기업에는 혁신이겠지만, 신입들에게는 치명적입니다. 단순 업무를 통해 업계의 로직을 익히고 밑바닥부터 올라갈 수 있는 '진입 사다리' 자체가 사라진 셈이니까요.

이제 여행사는 '데이터를 해석하고 AI를 부릴 줄 아는 소수'만 원합니다. 실적은 사상 최대를 찍는데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드는 '고용 없는 성장'의 그늘.

우리 신입들이 발붙일 곳은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4. 무거워진 역피라미드, 이대로는 주저앉습니다

현재 대형 여행사들의 인력 구조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통계가 말해주는 현실은 훨씬 냉혹해요. 50세 이상 인력 비중이 약 29%에 육박하는데, 30세 미만은 고작 7.9% 수준입니다. 이건 조직이 젊어질 기회를 잃고 늙어가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음입니다.

평균 근속연수는 길어지고 연봉은 높아졌습니다.

하나투어의 경우 평균 근속이 8년을 넘었고, 1인당 평균 급여는 5,700만 원대에 진입했죠. 숙련도는 높을지 모르지만, 고정비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이런 '무거운 몸집'으로는 급변하는 디지털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슬림화'라는 이름 아래 인력을 줄이는 데만 급급합니다.

모두투어 임직원 수가 2019년 1,047명에서 최근 570명 수준으로 반토막 난 게 단순히 효율화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이 비대해진 구조를 감당할 수 없다는 비명에 가깝죠.

5. 우리가 꿈꾸는 조직은 '과거의 복사판'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요?

과거의 인력 운용 방식을 답습하는 건 자살행위입니다. 이제는 'AI-인간 협업 기반의 하이브리드 지능형 조직'으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합니다.

  1. 시니어를 '시스템 설계자'로: 시니어가 예약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안 됩니다. 그들의 귀한 통찰을 AI 알고리즘의 로직으로 만들거나, 고도의 상품 기획 전략에 쏟아부어야 합니다. '직접 뛰는 선수'가 아니라 '전략을 짜는 감독'이 되어야 하죠.
  2. 주니어의 '압축 성장' 지원: 신입이 숙련공이 되기까지 5년이 걸렸다면, 이제 AI 교육을 통해 그 기간을 1~2년으로 줄여야 합니다. 반복 업무는 기계에 맡기고, 신입 때부터 창의적인 기획에 참여할 기회를 줘야 합니다.
  3. 애자일 스쿼드(Agile Squad)의 일상화: 부서 간 장벽을 허물고 마케팅, IT, 기획이 한 팀이 되어 고객의 요구에 즉각 반응하는 유연한 구조가 필요합니다. 결재 라인 기다리다 트렌드 다 놓치는 구태의연한 모습, 이제는 버릴 때도 됐잖아요?

6. 시니어들이 살아남는 법: "20년의 경험이 짐이 되지 않으려면"

여기서 아주 냉정하게, 그리고 차갑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2010년보다 훨씬 이전에 입사해, 이제 연차가 20년, 30년을 훌쩍 넘긴 '초고연차' 대선배님들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선배님들 앞에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잔혹한 현실이 놓여 있습니다. 높은 연봉과 직급은 기업 입장에서 가장 먼저 덜어내고 싶은 '무거운 비용'으로 보이기 쉽고, 수십 년간 고수해 온 업무 방식은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는 '고집'으로 치부될 수 있습니다.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 한마디가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뼈아프게 자문해봐야 합니다.

하지만, 정말 이대로 끝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잔혹한 현실이 '진짜 전문가'를 가려내는 거름망이 될 거라고 믿어요. 20년 넘는 세월 동안 사스(SARS), 리먼 브라더스,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까지 겪으며 쌓아온 그 '감각'과 '통찰'은 AI가 아무리 학습해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니까요.

중요한 건 과거의 계급장을 떼고 새로 시작하는 용기입니다. 내 머릿속 노하우를 AI 프롬프트로 정제해내고, 젊은 후배들에게 디지털 툴을 배우는 수고를 마다하지 마세요. 기술이 채울 수 없는 '사람의 숨결'과 '복잡한 맥락'을 읽어내는 능력을 비즈니스 전략으로 증명하십시오.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나요?

하지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늘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이 위기가 오히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거장'으로 인정받을 마지막 기회가 될 것입니다. 잔혹한 현실 속에서 끝내 살아남는 건, 가장 힘이 센 사람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결론: 하이테크와 하이터치의 조화, 그 속에 길이 있습니다

우리 여행업계는 지금 거대한 전환기의 한복판, 혹은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정기 공채의 종말과 AI의 공습은 분명 위협적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그토록 바랐던 '혁신'을 강제로라도 시작해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이제 '사람 수'로 밀어붙이는 규모의 경제는 끝났습니다.

'역량의 밀도'에 집중하십시오. 여행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화려해도 그 진심의 깊이는 사람만이 채울 수 있습니다.

우리 여행사들이 이 인력 구조의 불균형을 극복하고 '하이테크-하이터치(High Tech-High Touch)' 조직으로 거듭나는 그날, 우리는 비로소 과거의 영광이 아닌 새로운 미래의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의 영광에 취해 주저앉으시겠습니까, 아니면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매고 미래를 설계하시겠습니까?

그 대답이 여러분의, 그리고 우리 여행업계의 내일을 결정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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