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보고서 분석] 역대급 실적 올린 하나투어, ‘1등의 함정’에 빠졌나?
2025년 상반기, 하나투어의 성적표는 단연 압도적이다. 경쟁사를 넉넉히 따돌린 매출·이익으로 시장의 기대를 완전히 채웠다. 그러나 찬사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실적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증거인지, 아니면 과거 성공 공식을 재현한 일시적 반등인지 차분히 따져볼 때다. 모두투어에 이어, 하나투어의 반기보고서를 통해 업계 1위의 현재와 리스크를 짚는다.
![[반기보고서 분석] 역대급 실적 올린 하나투어, ‘1등의 함정’에 빠졌나?](/content/images/size/w1200/2025/08/-------------------------1.png)
1) 숫자가 말하는 ‘1위의 위엄’
하나투어의 상반기 성과는 시장 지배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 매출액: 연결 기준 약 2,884억 원 — 팬데믹 이전을 넘어선 회복.
- 영업이익: 약 219억 원 —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수익성 입증.
- 시장점유율: 출국자 기준 약 13.75% — 2위권과 격차 확대.
‘하나팩 2.0’ 등의 고급 패키지 전략과 브랜드 파워가 ‘보복 여행’ 수요와 맞물리며 시너지를 냈다. 재무적으로도 흠잡기 어렵다.
2) 성공 방정식의 역설: ‘패키지 제국’의 그림자
문제는 성공의 핵심이 여전히 패키지 모델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이 강점이 곧 리스크가 될 수 있다.
- 조직의 경직성: 전 세계 네트워크와 20개+ 종속회사는 원가 경쟁력의 기반이지만, 시장 변화에 둔감해지기 쉬운 구조다. 보고서에 ‘차세대 시스템’ ‘AI 활용’이 언급되지만, 초점은 도매 모델 효율화에 가깝다. 혁신이라기보다 개선의 트랙에 머물 위험이 있다.
- 자기잠식 딜레마: 전국 8,000여 B2B 협력사와 자체 B2C 온라인을 동시에 키우는 전략은 범용 커버리지를 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체 온라인이 B2B를 잠식하는 충돌이 불가피하다. 온라인 전환을 가속하면 파트너 반발, 오프라인을 지키면 성장 제약에 묶인다.
- ‘1등’의 관성: 표준화된 ‘잘 팔리는’ 패키지는 여전히 강력하지만, 취향 세분화·개인화가 급진전 중인 시장에서 MZ 중심 수요와의 미스매치가 커질 수 있다. 2025년 호조가 기성 세대의 마지막 패키지 붐에 기대었을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한다.
3) 모두투어와의 비교: 같은 질문, 다른 해법
모두투어도 패키지 의존이라는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 다만 자산 정리(예: 호텔 매각) 등으로 몸집을 가볍게 하며 핵심 집중 시그널을 냈다. 반면 하나투어는 과거 다각화의 흔적(면세점 등)과 더 복잡한 지배구조·포트폴리오를 유지 중이다. 위기 시 의사결정·집행 속도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있다.
결론: 정상에서 다음 산을 설계할 때
하나투어의 2025년 상반기 성과는 분명 탁월하다. 그러나 이것이 패키지 시대의 정점이라면,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패키지가 아니라 패키지의 바깥이다.
우선순위 제안
- 채널·비즈니스 리밸런싱: B2B/B2C 역할 분리, 채널 갈등 최소화 구조 설계(D2C 전환 로드맵·수수료 정책 재정의).
- 개인화 확장: 모듈형 패키지·애드온 중심으로 FIT/SIT 흡수, 추천·가격·인벤토리 데이터 드라이브 전환.
- 조직 구조 최적화: 코어/논코어 분사·합리화, 슬림한 의사결정 체계 구축.
- 신규 플랫폼·M&A: 콘텐츠·액티비티·로컬 트랜스포트 등 인접영역에서 성장 옵션 확보.
- KPI 전환: ‘출발객 수’ 중심에서 LTV·재구매율·자체 트래픽/전환 중심으로 재설계.
왕관은 무겁다. 그 무게가 족쇄가 될지, 추진력이 될지는 다음 선택에 달려 있다. 하나투어가 ‘1등의 함정’을 넘어 미래형 여행 기업으로 도약할지, 시장은 그들의 실행계획을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