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흑자로 1조 가치? 마이리얼트립 IPO, 대박일까 쪽박일까

다들 마이리얼트립으로 항공권 한 번쯤은 샀을 거다. 그 앱이 이제 코스닥 문을 두드린다. 2024년 성적표는 이렇다. 매출 892억. 영업이익 1.3억. 이익률 0.15%. 만원어치 팔아 15원 남긴 셈이다. 2024년 2분기엔 분기 기준 5억 흑자도 찍었다. 가입자는 누적 900만, 월간 이용자 400만. 크리에이터 파트너 거래액은 73억에서 834억으로 뛰었다. 항공·숙박 비중은 70%를 넘겼다. 오늘 이야기는 이 숫자들로 시작한다.

1.3억 흑자로 1조 가치? 마이리얼트립 IPO, 대박일까 쪽박일까

상징적 흑자라는 말의 뜻

이익이 났다는 사실 자체는 크다. 적자의 늪에서 물 위로 고개를 든 순간이니까. 하지만 숨을 길게 쉬기엔 산소가 얇다. 만원 팔아 15원 남는 장사는 작은 돌부리에 걸려도 다시 넘어진다. 광고비가 조금만 늘어나도, 환율이 조금만 꿈틀거려도, 다시 적자로 기울 수 있다. 나는 이 흑자를 터널의 출구 표지판 정도로 본다. 아직 햇빛 아래로 완전히 나온 건 아니다.

마이리얼트립의 2024년 감사보고서
마이리얼트립이 2012년 창업 이래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는 보도자료가 눈에 들어와서 그들의 감사보고서를 읽어보았습니다.

특례상장은 왜 필요할까

일반 상장은 학교 내신과 모의고사를 동시에 보는 전형에 가깝다. 마이리얼트립은 성적표가 아직 약하다. 그래서 기술특례라는 다른 문을 두드린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수학 경시대회에선 상을 탔지만 내신은 아쉬운 학생이, 실력을 별도로 평가받아 입학하는 길. 이때 “여행 산업을 위한 AI 네이티브 운영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면접의 핵심 답안이 된다. 챗GPT를 어디에 붙였는지가 아니라, 그 결과로 처리시간이 얼마나 줄었고, 오류율이 얼마나 떨어졌고, 전환율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숫자로 보여줘야 한다.

말이 아니라 증명. 데모가 아니라 단위경제.

✈️ 작은 여행앱에서 슈퍼앱으로! 마이리얼트립의 성장 이야기
2012년, 지금처럼 여행 플랫폼이 넘쳐나지 않던 시절. 한 스타트업이 “여행자에게 더 생생한 경험을 전해주겠다”는 다소 소박하지만 진심 어린 목표를 가지고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그 회사가 바로 마이리얼트립(MyRealTrip)입니다.

경쟁자는 셋의 얼굴

  • 돌아온 왕, 하나투어.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으로 체력을 회복했다.
  • 모범생 라이벌, 여기어때. 일찍부터 손익을 챙기며 상장을 노리는 스타일.
  • 해외로 떠난 형, 야놀자. 국내 게임을 넘어 글로벌 B2B로 판을 바꿨다.

여기서 마이리얼트립의 스토리는 AI 슈퍼앱과 크리에이터 그로스 엔진. 다만 항공·숙박이라는 저마진 바퀴가 무겁다. 엔진을 아무리 돌려도 브레이크가 살짝 걸려 있는 구조. 속도를 내려면 엔진 성능만이 아니라 바퀴 마찰을 줄여야 한다. 즉, 마진을 올릴 설계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

리벤지 트래블은 스팀팩이었다

팬데믹 이후 버튼 한 번 눌러 화력과 속도가 확 올랐다. 대신 체력을 깎아 먹었다. 광고비와 출혈 경쟁이 바로 그 체력 손실이다. 스팀팩은 초반 교전엔 강하지만, 메딕이 뒤에서 힐을 넣지 못하면 오래 못 버틴다.

이 시장의 메딕은 재방문, 전환율, CAC 절감, 고마진 카테고리다. 스팀팩 효과가 빠지면 본체 스펙이 드러난다. 광고를 줄여도 매출이 버티는지, 항공 중심 손익을 견디는지, 나는 이 지표들로 체력을 보겠다.

두 갈래의 미래

상장에 성공하면 연료를 더 얹을 수 있다. AI 고도화, 선택과 집중의 M&A, 해외 노선 확대. 활주로는 길어지고, 이륙 속도에 도달할 기회가 늘어난다.

반대로 상장이 미끄러지면, 바로 연비 운전 모드로 바뀐다. 저마진 노선의 감속, 고마진 품목의 재집중, 마케팅 페이스 다운. 그 과정에서 다운라운드나 피인수 루머가 고개를 들 수도 있다. 연료가 줄면 조종은 더 섬세해져야 한다.


나는 왜 이 IPO를 보수적으로 보나

첫째, 마진의 중력. 0.15%라는 얇은 가장자리는 작은 파도에도 금방 젖는다. 이익률을 두 자릿수로 올리는 길이 무엇인지, 제품 믹스와 자동화, 수수료 구조, 환불 리스크 관리까지 연결된 서사가 필요하다.

둘째, 믹스의 역설. 슈퍼앱이 되려면 항공·숙박이 커져야 한다. 그런데 그게 곧 마진을 깎는 칼이 된다. 성장의 페달을 밟을수록 이익의 브레이크가 함께 밟히는 형국. 페달과 브레이크를 분리하는 기어박스가 있어야 한다.

셋째, AI의 실물성. 멋진 데모 대신 거칠고 생생한 숫자. 상품 등록 자동화 후 처리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는지. 추천 고도화 후 전환율이 몇 퍼센트포인트 올랐는지. CS 자동응답이 실제로 인건비를 얼마나 절감했는지. 이게 방패다. 서사는 칼일 뿐이다.

넷째, 특례의 시선. 특례 자체는 제도일 뿐이다. 다만 시장은 “기술은 훌륭한데, 상장 후 이익은?”을 반복해서 물어왔다. 이 질문을 피하려면, 상장과 동시에 수익성 로드맵을 분기 단위 목표로 내야 한다. 관찰 가능한 약속.

대형 여행 플랫폼으로 인정받은 마이리얼트립
대형 여행 플랫폼 직원의 경쟁사 숙박 정보 수집 행위가 업무방해죄로 인정되어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직원의 개인적인 일탈이 되었습니다.

핵심 데이터만 다시 짚자

892억 매출. 1.3억 영업이익. 이익률 0.15%. 분기 흑자 5억. 누적 900만, 월간 400만. 크리에이터 파트너 거래액 73억에서 834억. 항공·숙박 비중 70%대.

왜 이 숫자들이 핵심이냐고? 이 조합이 바로 현재의 엔진과 브레이크, 연료와 무게다. 어떤 부품을 바꾸느냐에 따라 속도와 안정성이 갈린다.

마이리얼트립 BSP 1위? 항공권 실적 발표의 불편한 진실
어제(2025년 7월 2일)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가 링크드인에 올린 글이 화제다. ”우리가 BSP 발권 1위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잠깐, 정확히 언제 기준으로 1위인가? 누가 집계한 데이터인가? 어떤 범위에서 1위인가?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이번 일은 한국 여행업계가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BSP 실적이라는 것이 과연 여행사의 진짜 실력을 보여주는 지표일까?

앞으로 무엇을 보면 되나

  • 추천 정확도, 전환율, CAC, 리텐션. 이 네 가지 곡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 항공·숙박의 얇은 마진을 보완할 구조적 장치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 예컨대 수익성 높은 투어·액티비티의 비중을 늘리면서도 재구매를 해치지 않는지.

파트너 생태계가 광고비를 대체하는 진짜 네트워크 효과로 커지는지. 숫자가 말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나투어만 이미 상장했다. 여기어때와 야놀자는 아직 못 건넜다. 마이리얼트립이 두 회사보다 무엇이 더 낫길래 지금 다리를 건널 수 있다고 믿으라는 건지, 나는 아직 답을 못 들었다.

그래서 이 IPO를 꽃길이 아니라 역풍 부는 활주로에서의 이륙 시도로 본다. 활주로는 짧다. 연료는 빠듯하다. 바람은 정면이다. 이런 조건에서 말로는 못 뜬다. 계기판 숫자만이 비행을 허락한다. 그 숫자는 AI의 실물 효율, 두 자릿수에 가까운 마진 로드맵, 저마진 믹스를 상쇄하는 구조적 장치다.

지금으로선 보잉이 아니라 글라이더에 가깝다. 앞바람을 잘 타면 잠깐 떠오른다. 상승기류가 아니면 곧 착지한다. 나는 이 딜을 고위험 옵션으로 본다. 다음 몇 분기가 그 옵션의 기초자산을 만들 것이다.

한 줄로 마무리한다.

아직은 이륙 허가보다 기체 점검이 먼저다.

이야기가 아니라 숫자가 바뀌지 않으면, 이 비행은 택싱만 하다가 유도로로 빠질 수 있다.


덧) 과연 AI는 제대로 하고 있을까?

덧2) AI에 빠진 사람들이란 사실은 린정!

https://medium.com/myrealtrip-product/%EC%9E%AC%EB%AC%B4%ED%9A%8C%EA%B3%84%ED%8C%80%EC%9D%98-%EB%B0%94%EC%9D%B4%EB%B8%8C-%EC%BD%94%EB%94%A9-%EC%9D%B4%EC%95%BC%EA%B8%B0-c76948d74a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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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의 채용 시스템, 공채의 유산과 수시 채용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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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패키지여행의 성과가 저조해지면서 여행업계는 큰 위기에 봉착한다. 모두가 이 위기의 원인을 팬데믹 이후의 변화나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시각에서 이 문제를 바라본다. 과연 지금의 위기는 단순히 외부 환경 탓일까? 혹시 오랜 시간 동안 곪아온 '인사 적체'라는 내부적 문제 때문은 아닐까? 이 글은 그 질문에서 시작된다. 겉으로 드러난 위기 이면에 숨겨진 여행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파헤쳐 본다.

By Dem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