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여행 시장 전망 : 2/5 모두투어 상한가와 ‘한일령’이 던진 질문

지난 2월 5일, 국내 증시는 꽤나 험악한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그 어두운 화면 속에서 유독 선명한 빨간색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종목이 있었죠. 바로 하루 만에 +29.98%를 기록하며 상한가에 안착한 모두투어였습니다. “급락장 속에서 홀로 빛났다”는 표현이 그날의 분위기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듯합니다.

동북아 여행 시장 전망 : 2/5 모두투어 상한가와 ‘한일령’이 던진 질문

시장은 늘 그렇듯 발 빠르게 그 이유를 찾아내 붙였습니다. 이번에 지목된 원인은 중국 내에서 불거진 이른바 ‘한일령(일본 여행 자제 및 제한 분위기)’입니다. 춘제를 앞두고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대신 한국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을 지배한 것입니다.

반등 시작하나…급락장에 홀로 웃은 ‘한일령’ 수혜주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코스피가 4% 가까이 급락하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여행과 호텔, 카지노 등 이른바 ‘한일령’(韓日令) 수혜주들이 시장의 흐름을 역행하며 독보적인 상승세를 보였다.중일(中日) 갈등 심화에 따른 반사이익과 다가오는 중국 춘제 특수 기대감이 매수세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급락장 속에서도 여행…

하지만 저는 여기서 한 번 멈춰 서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것을 단순히 “중국인 방한 증가 = 여행사 수혜”라는 일차원적인 공식으로만 해석해도 괜찮은 걸까요? 오히려 이번 사건은 동북아 여행 시장의 거대한 흐름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매우 노골적인 신호라고 봐야 합니다.

1. ‘한일령’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시장의 리스크 센서다

최근 보도되는 데이터들을 보면 흐름 자체는 명확합니다. 중국 내에서 일본 여행 취소가 잇따르고 있으며, 그 대체지로 한국이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 공관의 한국 여행 비자 신청 건수가 전년 대비 45% 이상 급증했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번 춘제 기간에만 약 23만에서 25만 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치도 돌고 있죠.

“비자 좀 내주세요” 영사관 앞 긴 줄…中관광객, 한일령 속 한국 찾는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앞두고 이른바 ‘한일령’ 분위기 속에서 한국을 찾으려는 중국인들의 비자 신청이 크게 늘고 있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간 주중 대사관과 중국 내 한국 총영사관 등에 접수된 비자 신청 건수

이 수치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이제 동북아 여행 수요는 단순히 '가격, 환율, 항공 좌석 수' 같은 경제적 논리만으로는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치와 외교적 리스크가 수요의 스위치를 직접 누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즉, 지금 상황에서 한일령이 공식적인 '정책'인지 혹은 단순한 '권고'인지를 따지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핵심은 소비자가 그 리스크를 실질적으로 체감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자신의 선택을 즉각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2. 그런데 왜 하필 ‘모두투어’가 상한가였을까?

이 대목부터는 다소 논쟁적인 시각이 필요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중국인이 한국에 오니 여행사가 돈을 번다”는 설명은 조금 성급한 결론일 수 있습니다. 여행사마다 사업 구조와 체질이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여행)에 강점이 있는 곳이 있는 반면, 아웃바운드(한국인의 해외 여행)가 주력인 곳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종종 이런 세밀한 구분을 생략하곤 합니다.

급상승한 모두투어 주가

그럼에도 지난 2월 5일 모두투어를 필두로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등 여행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인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이를 “실적보다 서사의 승리”라고 해석합니다.

‘한일령 이슈’라는 강력한 재료에 ‘춘제 시즌성’과 ‘중국인 유입’이라는 매력적인 스토리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입니다. 특히 장 전체가 무너지는 급락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더욱 방어적으로 변하게 되고, 그럴수록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명확한 이야기’에 강하게 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다음 단계입니다. 이 서사가 실제 실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이 있는가 하는 점이죠. 그 기반이 없다면 단순한 테마로 끝날 것이고, 기반이 탄탄하다면 이는 거대한 산업 트렌드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3. 동북아 3국 여행 시장의 향후 3~5년 : 제가 보는 관점은 이렇습니다

[중국] “나가는 여행”이 아니라 “조절 가능한 여행”

중국에게 여행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닙니다. 그들은 여행 수요를 통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합니다. 이번 한일령 논쟁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읽힙니다. 물론 이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시장은 이미 그렇게 해석하고 움직였습니다. 앞으로 중국발 수요는 양적으로 팽창할 수 있으나 그만큼 변동성도 커질 것입니다. 동북아 시장에서 중국 수요는 이제 '성장 엔진'인 동시에 우리가 감당해야 할 '리스크 프리미엄'이 되었습니다.

[일본] ‘중국 의존도’의 리스크가 수면 위로 드러나다

일본은 이미 세계적인 관광 강국이지만, 특정 시장에 대한 편중이 심해질수록 외부 충격에 취약해진다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났습니다. 중국발 수요가 흔들리는 상황을 겪으며, 일본은 관광객 다변화(동남아, 미주, 유럽)와 체류형 고부가가치 관광 상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일본은 이제 "더 많이" 오게 하는 전략보다 "더 비싸게, 더 오래" 머물게 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입니다. 방향은 맞지만, 이 체질 개선에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한국] 반사이익의 달콤함에 취하면 미래는 없다

현재 한국은 기회와 함정이 공존하는 구간에 서 있습니다. 중국인 유입은 분명 호재이며, 실제로 여행, 카지노, 호텔 섹터가 함께 들썩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국이 놓치지 말아야 할 본질은 단순합니다.

단순한 ‘유입’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다시 찾게 만드는 ‘정착’의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교통, 결제, 언어, 숙박, 그리고 매력적인 콘텐츠가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수요는 매우 민감하고 빠르게 움직입니다. 이용이 편하면 남고,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언제든 떠납니다.

냉정하게 말해 중국 수요 비중이 커질수록 우리 역시 일본이 겪고 있는 ‘편중 리스크’를 떠안게 됩니다. 따라서 현재의 반사이익을 충분히 누리되, 고객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는 전략을 반드시 병행해야 합니다.

결론 : 2/5 상한가는 ‘시장 전망’이 아니라 ‘경고등’이다

저는 지난 2월 5일 모두투어의 상한가를 단순히 “동북아 여행 시장에 볕이 든다”는 긍정적인 신호로만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동북아 여행 시장이 정치적 이벤트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로 변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경고등’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중국 수요: 규모는 커지겠지만, 그만큼 변동성은 심화될 것이다.
  2. 일본 시장: 고급화와 다변화를 꾀하겠지만,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 것이다.
  3. 한국 시장: 당장의 반사이익은 누리겠지만, ‘인바운드 운영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기회는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이다.

결국 향후 3~5년의 승부는 “누가 더 많은 사람을 데려오느냐”가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가 더 안정적으로, 매끄러운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치 있게 팔 수 있느냐”에서 갈릴 것입니다.

이 판에서 가장 위험한 팀은 좋은 파도(반사이익)가 몰려올 때 서핑만 즐길 뿐, 자신의 보드를 수리(구조적 개선)하지 않는 팀입니다. 한국의 관광 산업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이번 기회를 체질 개선의 발판으로 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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