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편 – “그들이 움직이는 방식,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

랜드사는 단순한 ‘현지 대행업체’가 아니었다. 호텔과 식당, 차량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중심축이자, 돌발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현장의 버퍼였다.

후속편 – “그들이 움직이는 방식,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
대한민국의 랜드사를 파헤쳐본다
패키지여행의 뒤쪽에서 엔진을 돌리는 존재. 랜드사다. 눈에 잘 안 보인다. 하지만 체감은 크다. 좋으면 티 안 나고, 나쁘면 여행 전체가 무너진다.

숨은 주역, 랜드사가 움직여온 방식


한 통의 연락으로 식당과 가이드 일정을 동시에 조정하고, 투어 동선을 새롭게 짜는 작업은 그들에게는 일상에 가까운 일이었다.
나는 이 과정을 지켜보며, 랜드사라는 존재가 단순한 실행자가 아닌 현지 조율자이자 설계자라는 점을 실감했다.

제도 밖에서 버텨온 이름 없는 존재

랜드사는 여전히 제도 바깥에 머물러 있다.
정식 업종 분류도 없고, 법적 보호 장치도 희박하다.
공식 명칭조차 없는 그들의 존재는, 계약과 책임, 권리와 의무의 경계가 흐릿한 상태에서 운영되어 왔다.
나는 이러한 구조가 결국 랜드사를 소모 가능한 부품처럼 취급하게 만든다고 느꼈다.
보이지 않지만 필수적인 존재, 그러나 언제든 대체 가능하다는 오해 속에.

미수금의 그림자, 균열의 시작점

한 랜드사는 “성수기 정산”을 조건으로 투어를 진행했다가, 지상비 대부분을 돌려받지 못했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가이드 급여 지연, 차량 운영 차질, 고객 응대 혼선으로 이어졌다.
하루 종일 쇼핑센터를 돌며 주요 관광을 건너뛴 일정은, 결국 고객의 불만으로 되돌아왔다.
나는 이 사례를 들으며, 단순한 금전 문제가 아니라 여행 서비스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구조적 결함이 존재한다고 느꼈다.

문제는 이 미수금이 단순한 유동성 이슈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다수 여행사는 고객에게 여행비를 100% 선결제로 받으면서도, 랜드사에는 출발 직전 또는 이후 일부만 지급하는 관행을 유지해왔다.
나는 이러한 구조가 오히려 여행사의 현금 유동성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일부 대형 여행사는 이 관행을 '업계 표준'으로 정착시켜, 랜드사를 압박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강요해왔다.

정산은 지연되고, 잔금은 유보된다.
그 와중에도 본사의 수익은 우선적으로 확보되고, 환불이나 CS 발생 시 책임은 현지 랜드사로 전가된다.
나는 이 구조를 보며, 미수금이라는 현상이 단지 거래 리스크가 아니라, 여행사 시스템에 내재된 이기주의의 산물이라고 판단했다.

이처럼 계약 구조상 을의 입장에 있는 랜드사는 행사 강행 여부를 두고 고민하지만, 결국 "그래도 일단 손님이 오니까"라는 이유로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고 나선다.
그러나 정작 그 결과는 지연 정산, 외면당한 책임, 잃어버린 신뢰로 돌아오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이 시스템 위에서 공생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지 생각하게 된다.
이 구조가 유지되는 한, 랜드사는 늘 리스크를 떠안는 반쪽짜리 파트너로 남을 수밖에 없다.

직영은 전략이었지만, 현실은 딜레마였다

일부 여행사들은 랜드사를 거치지 않기 위해 직영 지사 설립을 시도했다.
하지만 현지 네트워크 구축에는 시간과 비용이 과다하게 들었고, 고정비 부담도 컸다.
무엇보다 현장 상황에 대한 대응력은 랜드사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나는 이 시도를 보며, 직영이 전략적으로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지나치게 높은 리스크를 동반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결국, 다수의 시도는 다시 랜드사와의 협력 구조로 회귀했다.

자유여행 시대, 랜드사의 새로운 행보

패키지여행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곧 랜드사의 소멸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몇몇 랜드사들은 이 변화를 기회로 전환하고 있다.

  • 직판(D2C) 모델을 도입해 고객과 직접 거래하거나,
  • 미식, 건축, 골프 등 특화된 테마 상품(SIT)을 통해 소규모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 일정 전체가 아닌 ‘픽업+입장권’ 형태의 모듈형 상품을 만들어 플랫폼에서 판매하고 있다.

나는 이 흐름을 보며, 랜드사가 더 이상 단순한 하청이 아니라, 소규모 플랫폼 사업자로 진화하고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또한, 기술 역량이 이 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재고 자동화, 정산 투명화, 실시간 대응 시스템 등은 이제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

여행사에게 던지는 질문

만약 여행사가 다시 상품을 기획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들에게 정확한 정산, 지상비의 적정성, 현장 대응력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또한, 한 랜드사가 “쇼핑 일정 없이도 고객 만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면, 여행사는 그 제안에 어떤 조건을 제시할 수 있을까?

나는 이런 질문이 지금의 구조에 반드시 던져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랜드사는 늘 ‘을’이었지만, 그들의 신뢰와 역량이 무너질 경우, 결국 흔들리는 건 상품 품질과 고객의 경험이다.

불완전한 구조 속에서도 항해는 계속된다

랜드사는 법적 보호도 없고, 수익구조도 안정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수많은 여행자들은 여전히 그들이 설계한 여정을 따라 전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
나는 이 현실을 보며, 완전하지 않은 구조 속에서도 현장을 책임져 온 존재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느꼈다.

여행사에 몸담고 있는 독자에게 묻고 싶다.
지금의 거래 방식은 과연 공정한가?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여행사와 랜드사가 앞으로도 함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는 변화가 아닌 소진(consumption)을 택해버린 것은 아닐까?

이 구조를 그대로 두고도 신뢰와 효율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믿는가?
그리고 정말로, 이 시스템 안에서 당신은 파트너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는가?

이 질문이 불편하게 느껴졌다면, 그것이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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