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의 새로운 여정: 2) 대기업은 왜 여행사업에 뛰어들까?

유통 대기업부터 IT 공룡까지, 많은 기업이 여행 사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각자 자기 분야에서 잘나가던 이 기업들은 왜 새로운 먹거리로 '여행'을 선택했을까요? 그들의 도전에는 성공과 실패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숨어있습니다. 오늘은 국내외 기업들의 여행업 도전 성공과 실패 사례를 샅샅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신세계의 새로운 여정: 2) 대기업은 왜 여행사업에 뛰어들까?
신세계의 새로운 여정: 1) 프리미엄 여행 시장으로의 도전
최근 유통 대기업 신세계가 ‘비아 신세계(VIA SHINSEGAE)’라는 이름으로 여행업에 뛰어든다는 소식,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는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유통 거인의 중대한 전략적 변화를 의미하는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신세계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그리고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함께 깊이 파고들어 보겠습니다.

Part 1. 국내 대기업들의 여행업 도전기 🇰🇷

성공 가도를 달리는 도전자들 🚀

롯데그룹: 가장 먼저 깃발을 꽂은 선두주자

가장 먼저 이 시장에 깃발을 꽂은 선두주자는 바로 롯데그룹입니다. 무려 2007년, 일본의 거대 여행사 JTB와 손잡고 '롯데제이티비'를 만들었죠. 일찌감치 백화점이나 면세점을 이용하는 기존 고객들을 여행 사업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펼쳤습니다.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몰 '롯데ON'에도 여행 코너를 만들어 사업을 확장하고, 호텔·면세점 사업과 시너지를 내면서 '하이엔드' 같은 프리미엄 여행 브랜드로 부자 고객들까지 공략하고 있답니다. 지금까지 아주 성공적으로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현대백화점그룹: 이제 우리도 직접 나선다!

현대백화점그룹도 빼놓을 수 없죠. 원래 '현대드림투어'라는 이름으로 기업 고객들 출장 보내주는 B2B 사업은 하고 있었는데요, "에이, 우리도 일반 손님들 한번 모셔보자!" 하고 2023년에 본격적으로 일반 소비자(B2C)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공식 온라인몰인 '더현대닷컴'에서 항공권부터 패키지까지 싹 팔겠다는 계획인데요. 코로나가 끝나고 여행 수요가 폭발하는 타이밍에 맞춰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초기 단계랍니다.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네요!

네이버: 우리가 직접? 아니, 판을 깔아줄게!

IT 공룡 네이버의 방식은 좀 다릅니다. "우리가 직접 여행사를 차릴 필요가 있나? 우리에겐 플랫폼이 있는데!"라며 아주 똑똑한 전략을 썼죠. 직접 선수가 되어 뛰는 대신, 여러 여행사들이 상품을 팔 수 있는 거대한 장터, 즉 OTA(온라인 여행사) 플랫폼을 만든 거예요. 4천만 명에 달하는 회원 데이터와 어마어마한 검색량을 무기로 "당신이 뭘 좋아할지 알아!" 하면서 맞춤 상품을 보여주고, 네이버페이나 포인트 혜택까지 주니 사용자들이 몰릴 수밖에요. 시장에 아주 성공적으로 안착해서 이제는 여행업계가 네이버 눈치를 볼 정도랍니다.

카카오: 국민 메신저의 조용한 침공

국민 메신저 카카오도 이 흐름에 합류했습니다. 2023년에 여행업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채비를 하고 있는데요. 사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쇼핑하기'를 통해 이미 여행 상품을 팔아왔고, '타이드스퀘어'라는 여행사 지분까지 인수하며 조용히 내공을 쌓아왔답니다. 네이버처럼 막강한 플랫폼 파워를 이용해 시장에 진입하려는 전략인데, 본격적인 서비스가 나오면 우리 여행 생활에 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아쉬운 실패를 경험한 도전자들 😥

교원그룹: 너무 빨랐던 혹은 운이 없었던 도전

하지만 모든 도전이 성공으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안타까운 실패 사례도 살펴봐야겠죠? 교육 기업으로 유명한 교원그룹은 2019년 '여행이지'라는 브랜드로 야심 차게 여행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가족 여행이나 효도 여행에 집중하고, 고급스러운 프리미엄 상품까지 내놓았죠. 하지만... 하필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고 말았습니다. 결국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회사가 휘청일 정도의 위기를 겪었는데요. 이는 대기업의 빵빵한 자본력만으로는 전염병 같은 외부의 거대한 충격을 이겨내기 어렵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긴 사례가 되었습니다.

SK그룹 & 현대드림투어: B2C 시장의 높은 벽

과거 대기업들의 또 다른 뼈아픈 실패담도 있습니다. SK그룹의 'SK투어비스'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드림투어'가 그 주인공인데요. 이들은 각각 OK캐쉬백 회원, 그룹사 브랜드 파워를 믿고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패키지여행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죠.

온라인 여행사들이 10원이라도 더 싸게 팔려고 경쟁하는 치열한 가격 경쟁, 생각보다 얼마 남지 않는 수익, 그리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힘든 대기업 특유의 무거운 조직 문화에 발목을 잡혔습니다. 결국 두 회사 모두 일반 소비자 사업(B2C)을 접고,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자기 그룹사 직원들만 상대하는 B2B 전문 여행사로 사업을 축소해야 했습니다. 일반 대중 여행 시장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실패 사례입니다.


Part 2. 해외 기업들은 어땠을까? 🌎

"이렇게 하니 되더라!" 성공 사례의 교과서

코스트코: 우리의 무기는 '멤버십'과 '신뢰'

성공 사례의 교과서, 바로 코스트코입니다. 코스트코가 여행 상품을 판다니, 좀 의외인가요? 하지만 그들의 성공 비결을 들여다보면 "아하!"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됩니다. 코스트코는 오직 유료 회원들에게만 여행 상품을 팝니다. 그리고 여행 예약 금액의 일부를 연말에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리워드로 돌려주죠.

핵심은 '신뢰'입니다. 회원들은 "코스트코가 골랐다면 품질도, 가격도 믿을 수 있어!"라는 강력한 믿음을 가지고 있어요. 코스트코는 단순히 여행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회원들을 위해 우리가 대신 좋은 상품을 골라줬다'는 가치를 파는 거죠. 대중이 아닌 '우리 회원'이라는 명확한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 성공의 열쇠였습니다.

알리바바 & 라쿠텐: 우리 생태계 안에서 다 해결해!

아시아의 거대 플랫폼 기업들도 여행업에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중국의 알리바바와 일본의 라쿠텐이 그 주인공인데요. 이들의 성공 공식은 바로 "우리 생태계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게 해주겠다!"는 것이었죠.

알리바바는 쇼핑몰(타오바오), 결제(알리페이)와 여행 플랫폼(플리지)을 하나로 묶어버렸고, 라쿠텐은 쇼핑으로 모은 포인트를 여행에 쓰고, 여행 가서 또 포인트를 쌓게 만드는 '포인트 경제'를 구축했습니다.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이용해 맞춤 상품을 추천해주는 건 기본이고요. 이렇게 자신들의 플랫폼 안으로 고객을 끌어들여 꽉 붙잡아두는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었습니다.

"천하의 우리도 안되더라..." 눈물의 실패 사례

아마존: 거인의 뼈아픈 헛발질

하지만 '천하의 아마존'도 실패한 시장이 바로 여행업입니다. 2015년, 아마존은 '아마존 데스티네이션'이라는 호텔 예약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불과 6개월 만에 조용히 문을 닫아야 했죠. 도대체 세계 최강의 기업이 왜 실패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차별성 부족'이었습니다. 당시 여행 예약 시장은 익스피디아, 부킹닷컴 같은 전문 기업들이 꽉 잡고 있었어요. 소비자들은 "여행 예약은 부킹닷컴에서!"라고 생각했지, "쇼핑몰인 아마존에서?"라며 고개를 갸웃했죠. 이 단단한 소비자 인식을 바꾸지 못했고, 기존 강자들을 넘어설 만한 특별한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 사례는 아무리 거대한 기업이라도 확실한 무기 없이는 전문화된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결론: 성공과 실패를 가른 결정적 차이는?

자, 이렇게 국내외 대기업들의 여행업 도전기를 살펴보니 어떠셨나요?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가 보이시죠?

결국 성공한 기업들은 코스트코의 '멤버십', 알리바바와 네이버의 '플랫폼과 데이터'처럼, 자신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강력한 무기를 여행업에 아주 똑똑하게 결합했습니다. 즉, '우리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의 판을 짜겠다'는 전략이었습니다.

반면, 실패한 기업들은 아마존처럼 기존 강자들과의 뚜렷한 차별점을 만들지 못했거나, SK나 현대처럼 대중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얕봤고, 교원처럼 예측 불가능한 외부 리스크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비(非)여행 기업의 여행업 진출은 단순히 돈만 쏟아붓는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만의 고유한 강점을 활용해 기존 시장의 룰을 바꿀 수 있는 명확한 전략이 있을 때 비로소 성공의 문이 열리는 것이죠.

앞으로 또 어떤 기업이 여행이라는 매력적인 시장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게 될까요? 그들의 도전이 우리 여행객들에게는 어떤 새롭고 즐거운 경험을 선물하게 될지, 앞으로의 변화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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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여행사를 떠나지 못하는가: ‘전문성’이라는 아름다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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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여행업계 채용 대란'에 대한 글을 올린 후,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공감을 표해주셨다. 업계가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씁쓸한 인정이었다. 그런데 몇몇 메일은 내게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들어오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이 떠나지 못하는 것은 더 큰 비극 아닐까요?"

By Demian
여행사의 채용 시스템, 공채의 유산과 수시 채용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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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패키지여행의 성과가 저조해지면서 여행업계는 큰 위기에 봉착한다. 모두가 이 위기의 원인을 팬데믹 이후의 변화나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시각에서 이 문제를 바라본다. 과연 지금의 위기는 단순히 외부 환경 탓일까? 혹시 오랜 시간 동안 곪아온 '인사 적체'라는 내부적 문제 때문은 아닐까? 이 글은 그 질문에서 시작된다. 겉으로 드러난 위기 이면에 숨겨진 여행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파헤쳐 본다.

By Dem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