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플랫폼은 왜 '맛집'을 찾았고, 국내에서는 왜 기대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을까 ? (1/2)
“여행의 절반은 먹는 것”이라는 말처럼 여행과 맛집은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어 두 서비스를 연결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졌다. 하지만 여행 플랫폼과 맛집 플랫폼의 협업이 거두는 성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본 글에서는 여행과 맛집 플랫폼의 공조를 두 편에 걸쳐 다루고자 한다. 먼저 국내 사례를 통해 두 서비스의 결합 양상을 짚어보고, 이어 해외에서는 이러한 협업이 어떤 성과로 이어졌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들어가는 말 : 여행 플랫폼의 오래된 숙제, MAU와 리텐션
과거 나는 약 10년 정도, 주요 여행 플랫폼의 웹과 앱 트래픽을 매주 살펴보는 일을 했다. 주된 업무는 아니었지만, 매주 화요일 정도에 이 일을 반나절 정도 들여다봤었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단 한 군데의 여행 플랫폼을 제외하고는 여름방학, 겨울방학 시즌에만 모든 트래픽이 집중되는 현상이 있었다.
위에서 말한 단 하나의 플랫폼은 “야놀자”였다. 당시 야놀자는 여행 뿐만 아니라 모텔이라는 생활형 서비스(?)를 갖고 있었기에, MAU, 리텐션 부분에서 다른 플레이어들과는 다른 포지션을 가져갈 수 있었다.
여행하지 않는 기간에도 사용자가 돌아올 이유를 만드는 것, 그것이 MAU와 리텐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또 하나의 숙제였다. 여행 플랫폼의 환경이 태생적으로 제한적이다 보니, MAU와 리텐션을 올려 줄 수 있는 ‘맛집’과 같이 아이템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 왔을 수 있고, 여행과 맛집을 결합하려는 시도는 십수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2. 여행 플랫폼의 맛집 플랫폼 인수와 지분투자 : 기대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여행과 맛집을 연결하려는 본격적인 시도는 2010년 이후부터 이어져 왔다고 생각한다.트립어드바이저의 라푸셰트 인수, 프라이스라인 그룹의 오픈테이블 인수, 라쿠텐의 구루나비 지분투자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여기어때'가 '망고플레이트'를, '야놀자'가 '나우버스킹'을 인수하며 영역을 넓혀갔다. 네이버에서는 윙버스, 윙스푼 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하였으나, 포탈 내에서 진행한 서비스 이기에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을 예정이다. (2006년 윙버스 시작 → 2009년 네이버가 인수 → 2010년 윙스푼 독립 → 2013년 윙스푼 서비스 종료 → 2014년 윙버스 서비스 종료)
- 여행 플랫폼의 맛집 플랫폼 인수, 지분투자 사례 (주요 인수 사례만 기재함)

맛집 플랫폼과 여행 플랫폼의 만남이라고 이 사례들을 모두 같은 전략으로 묶기는 어렵다. 식당을 발견하고 평가하는 서비스와 예약을 중개하는 서비스, 현장의 대기와 고객 응대를 관리하는 서비스는 해결하는 문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두 속성의 협업을 통해 여행 플랫폼이 기대할 수 있는 효과 역시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맛집 탐색을 통한 방문 빈도 증가이고,
다른 하나는 여행 고객에게 식당 예약 등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행복 회로를 돌려보자면 식당과의 거래 관계나 운영 기반까지 확보한다면 사업 확장의 가능성은 핑크빛 이었을거라 생각한다.
3. 맛집 서비스 운영과 실패 경험 : 추천만으로는 부족했다
이 문제를 생각할 때면, 내가 직접 맛집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했던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 약 2년 동안 내가 운영한 맛집 서비스의 핵심은 ‘검증된 지인의 추천’이었다. 휴대폰에 전화번호가 저장된 지인끼리 '맛집 정보'가 공유하도록 설계했다.
아이디어의 출발점은 단순했다. 모르는 사람이 작성한 수많은 리뷰보다, 내가 아는 사람이 추천한 식당을 더 믿을 수 있지 않을까 ? 특히 취향을 알고 있는 지인의 추천이라면 식당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업적인 목표도 있었다. 맛집이라는 일상적인 주제를 통해 방문 빈도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여행 서비스의 트래픽을 보다 안정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여행을 가지 않는 기간에도 맛집을 찾고 공유하기 위해 서비스를 방문한다면, 여행 플랫폼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서비스는 활성화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누적 다운로드는 10만 건 정도 까진 갔지만, 지속적인 이용과 사업의 안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결국 운영을 종료했다.
돌이켜보면 신뢰할 수 있는 추천이라는 장점과,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조건 사이에 간극이 있었다. 지인의 추천은 믿을 만할 수 있지만, 내가 찾는 지역과 음식에 대한 추천이 언제나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관계 안에서 정보가 쌓이는 구조는 신뢰를 만드는 동시에 정보의 범위를 제한하기도 했다. 이용자가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정보를 찾지 못하면, 결국 더 많은 콘텐츠가 있는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이미 익숙한 포털이나 SNS에서 식당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앱을 설치하고 반복해서 방문해야 할 이유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또한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도 있었다. 이용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그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매출을 만드는 것은 다른 과제였다. 신뢰도 높은 추천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식당이 비용을 지불하거나, 이용자가 거래까지 이어가는 것은 아니었다.
4. 국내에서 여행과 맛집 서비스의 결합이 부딪힌 한계 : 플랫폼의 기대와 현장의 필요는 달랐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왜 여행과 맛집의 결합이 기대 만큼의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을까.
모든 시도가 실패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겠지만, 내 경험과 앞서 살펴본 시도들을 놓고 보면, 몇 가지 구조적인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어쩌면 두 가지 속성이 결합을 하여 시너지를 내기 이전에, 바라 보는 관점 자체가 달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첫째, 식당이 많다는 것과 예약 플랫폼의 시장이 크다는 것은 다르다
식당은 일상 곳곳에 있지만, 모든 식당이 예약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전국의 식당은 80만개 내외인데, 1~2명이 운영하는 영세한 곳이 전체의 80% 이상이다)
사전 예약을 통해 좌석을 관리하는 것이 유리한 곳도 있고, 현장 방문객을 빠르게 응대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곳도 있다.
예를 들어 객단가가 높고 식사 시간이 비교적 일정한 '파인 다이닝'은 예약에 대한 니즈가 크다.
반면 소규모 인력으로 운영하면서 짧은 시간에 손님을 여러 차례 받는 식당은 상황이 다를 수 있다.
예약석을 비워두는 시간이 부담이 되거나, 현장 손님의 수요를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대다수의 식당은 아직까지 예약이라는 서비스가 ‘짐’이 되어 버리는게 현실적이다.
둘째, 식당에서는 대기 관리가 우선순위 이다.
인기 있는 식당이라고 해서 반드시 예약 중심으로 운영하려는 것은 아니다.
손님이 특정 시간대에 몰리고, 좌석 회전과 재료 소진이 중요한 식당이라면 방문 순서를 관리하는 기능이 더 시급할 수 있다. 예약은 미래의 좌석을 약속하는 일이고, 대기는 현재 몰려 있는 수요를 정리하는 일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둘 다 식당을 편하게 이용하는 방법이지만, 식당 입장에서는 운영 방식이 다르다. 여행 플랫폼이 ‘숙박처럼 식당도 미리 예약하면 된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면 이 차이를 놓치기 쉽다.
식당이 실제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예약인지, 대기인지, 노쇼인지부터 구분해야 한다. 플랫폼의 확장 논리보다 현장의 필요가 먼저라는 뜻이다.
셋째, 예약 플랫폼 도입은 식당의 운영 방식을 바꾸는 일이다
예약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은 온라인에 식당 정보를 등록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예약 가능한 시간과 인원을 정하고, 현장 방문객과 예약 손님 사이에 좌석을 배분해야 한다. 취소와 변경, 노쇼에 대응하는 기준도 필요하다. 한 마디로 식당이 예약을 받는 순간 식당의 업무 프로세스는 모두 변경되어야 한다. (배달은 이 부분에 대한 저항이 낮아서 안착 될 수 있었다)
운영 인력이 적은 식당에서는 이 과정 자체가 추가 업무가 될 수 있다. 직원이 현장 응대와 조리를 병행하는 상황이라면, 예약 채널을 하나 더 관리하는 일이 편의보다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넷째, 식당이 체감하는 수익과 플랫폼의 과금 논리가 맞아야 한다
식당 입장에서는 플랫폼을 통해 발생한 매출 전체가 추가 이익이 되지 않는다.
식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 등 기존 비용을 부담한 뒤 플랫폼 이용료나 중개 수수료까지 지불해야 한다. 특히 원래도 손님이 충분한 시간대라면 플랫폼이 가져다준 예약이 새로운 수요인지, 기존 방문 수요가 다른 경로로 들어온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식당이 비용을 받아들이려면 빈 시간대의 매출 증가, 효율 증대, 응대 업무 절감처럼 구체적인 편익을 체감해야 한다.
다섯째, 맛집을 찾는 습관이 여행 플랫폼으로 옮겨와야 한다
식당을 확보하는 것만으로 이용자가 생기지는 않는다. 이용자는 이미 익숙한 지도와 포털, SNS 등을 통해 식당을 발견하고 비교한다.
여행 플랫폼 안에 맛집 메뉴가 추가됐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습관을 바꾸지는 않는다. 여행 중에는 숙소 주변 식당이나 여행 일정에 맞는 예약을 제안하는 기능이 유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여행이 끝난 뒤에도 같은 앱을 사용할 이유는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여행지에서의 편의와 일상에서의 반복 이용은 연결될 수 있지만, 같은 문제는 아니다.
결국 맛집 서비스가 여행 플랫폼의 리텐션을 높이려면, 여행과의 연관성뿐 아니라 일상적인 맛집 탐색에서도 선택 받을 경쟁력이 필요하다.
‘여행 고객이 많으니 맛집도 이용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5. 여행과 맛집의 결합이 성과로 이어지려면 : 각 서비스의 반복 이용과 수익 구조가 먼저다

여행과 맛집은 이용자의 경험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하지만 이용 경험의 연결이 곧바로 사업의 시너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행 플랫폼은 낮은 이용 빈도를 보완하고 싶고, 맛집 플랫폼은 더 많은 이용자와 식당을 확보하고 싶어한다.
서로의 필요가 맞아 보이지만, 맛집 서비스 자체의 반복 이용과 수익 구조가 약하다면 결합 이후에도 같은 문제가 남는다.
실패를 해본 경험자의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국내에서 성과가 제한적이었던 이유는 단순히 두 업종의 '궁합이 나빠서' 라기보다,
식당의 운영 방식과 이용자의 탐색 습관, 플랫폼의 수익 모델을 동시에 연결하는 일이 그만큼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질문을 바꿔야 한다. ‘여행 플랫폼에 맛집을 붙이면 방문 빈도가 높아질까’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이용자는 왜 이 서비스로 식당을 찾고, 식당은 왜 이 시스템을 계속 써야 하는가’다.
여행과 맛집의 결합은 출발점일 수는 있어도, 그 자체로 해답은 아니다.
이용자에게는 반복해서 찾을 이유를, 식당에는 계속 사용할 이유를 만들어줄 때 비로소 두 서비스 사이의 연결도 의미 있는 성과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어떤 시장 환경과 운영 구조가 이러한 연결을 가능하게 했을까.
다음 글에서는 해외 사례를 통해, 여행과 맛집이 하나의 사업 안에서 맞물리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살펴보려 한다. (2편에서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