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랜드사를 파헤쳐본다

패키지여행의 뒤쪽에서 엔진을 돌리는 존재. 랜드사다. 눈에 잘 안 보인다. 하지만 체감은 크다. 좋으면 티 안 나고, 나쁘면 여행 전체가 무너진다.

대한민국의 랜드사를 파헤쳐본다

랜드사는 “현지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것”을 연결하고 조율하는 B2B 운영사다. 항공을 뺀 호텔·차량·가이드·입장권을 묶어 한 묶음으로 만들고, 국내 여행사에 납품한다. 도매상이자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정의만 놓고 보면 단순하다. 하지만 역할은 복잡하고, 책임은 무겁다. 

문제는 이다.

한국의 제도 속에서 이 핵심 주체는 여전히 이름표가 희미하다. 그래서 업계는 “랜드사라는 유형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등록·관리 기준을 만들자”고 요구한다. 제도 밖의 주체로 남겨둘수록 불공정과 리스크는 커진다. 이것이 정책의 숙제다. 


1) 수익의 해부 — 왜 ‘마이너스 투어’가 생기나

교과서적으로는 간단하다.

랜드사는 지상경비를 묶어 알선수수료(마진)를 받는다. 운영과 기획·수배에 대한 정당한 대가다. 

그러나 현실은 비틀렸다. 최저가 경쟁이 제도를 이긴다.

대형 도매여행사가 초저가 패키지를 만들기 위해 랜드사의 마진을 제로 또는 마이너스로 압박한다. 심하면 “손님 한 명당 몇 만 원을 얹어준다”는 괴상한 거래까지 나온다. 시작부터 손실을 안고 뛰는 구조. 여기서 옵션 판매쇼핑 커미션이 사실상 주수익이 된다. 소비자 가격은 낮추고, 현장 판매로 메운다.   

숫자를 한 번만 보자. 가상의 비교표지만, 메시지는 선명하다. 초저가 패키지에서 핵심 투어 자체는 적자고, 수익의 150%가 옵션·쇼핑에서 난다. 프리미엄 상품은 반대다. 서비스 가치 자체로 마진을 확보한다. 이 표는 “싼 게 비지떡”이 왜 구조적으로 재현되는지 설명한다. 

🔍 초저가 패키지 vs 프리미엄 패키지: 수익구조 비교

항목 초저가 패키지 (예시) 프리미엄 패키지 (예시)
고객 판매가 ₩499,000 ₩1,990,000
항공권 포함 포함
지상비용 (호텔, 식사 등) ₩450,000 (적자 발생) ₩1,200,000 (마진 포함)
옵션투어 수익 +₩150,000 +₩100,000
쇼핑 커미션 +₩100,000 없음 또는 미미
총 수익 ₩300,000 ₩890,000
주요 수익원 옵션 + 쇼핑 본 상품 자체
고객 만족도(추정) 낮음 높음

※ 수치는 실제 사례가 아닌 구조 이해를 위한 가상의 수치입니다.


내 해석은 이렇다. 이 수치는 “가격은 검색이 다 만든다”는 플랫폼 시대의 집단 심리를 반영한다. 클릭 한 번으로 최저가를 줄 세우는 순간, 보이지 않는 곳(현장)에서 수익을 끌어와야 한다. 여행 품질은 조용히 훼손되고, 신뢰는 느리게 빠져나간다.


2) 권력과 현금흐름 — ‘갑을’과 ‘미수금’의 사슬

유통 구조에서 구매자인 여행사(갑), 납품처인 랜드사(을)의 힘의 차이는 크다. 물량을 쥔 쪽이 조건을 만든다. 그 압력은 때로 관행이 되고, 책임 전가로 번진다. 더 심각한 건 미수금이다. “다음 송출 때 줄게”, “성수기에 몰아서 정산하자.” 이렇게 밀린 돈은 랜드사의 현금흐름을 무너뜨리고, 그 충격은 현지 버스·호텔·가이드로 전이된다. 결국 소비자가 볼모가 되는 사고가 현실화된다.   

그래서 업계는 말한다. BSP 유사 정산·지급 보증 같은 장치를 도입하자고.

투명한 정산이야말로 시스템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싼 보험이다. 


3) “랜드사 없이 할 수 있나?” — 이론의 유혹, 현실의 마찰

여행사 입장에서는 중간마진을 내부화하고 싶은 유혹이 크다. 직영 지사를 세워 현지를 직접 굴리면, 이익과 통제력이 함께 오른다. 이론상은 그렇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자.

현지 교섭력, 유연한 위기대응, 네트워크 자본은 한날한시에 복제되지 않는다. 시즌이 바뀌면 단가가 움직이고, 변수가 터지면 일정이 어그러진다. 그럴 때 한 통의 전화로 버스·식당·가이드를 다시 묶어 세우는 능력. 이게 랜드사의 본질적 자산이다. 그리고 그 자산은 여러 여행사에 걸쳐 분산된 물량에서 나온다. 한 회사가 직영으로 흉내 내면, 고정비·비수기 유휴·의사결정 경직성의 벽에 부딪힌다. (이 단락은 업계 구조에 대한 해석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판단할까? 마진을 더 먹겠다는 야심과, 현지 변수를 흡수하는 완충재의 가치. 무엇을 더 비싸게 사겠는가.


4) FIT의 파도 — “패키지를 해체해 부품으로 팔라”

큰 흐름은 명확하다. 단체 패키지에서 개인화된 자유여행(FIT)으로 중심축이 이동 중이다. 전통적 B2B 랜드사에겐 존재기반의 축소다. 과거 방식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그럼 어떻게? 나는 세 갈래 전환을 본다.

  1. B2C/B2B2C: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판매를 얹어, 가격결정권과 브랜드를 가져온다. 다만 채널 갈등과 마케팅 역량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2. 전문화(SIT): 마라톤·자전거·미식·건축 같은 특수목적관광으로 틈새를 깊게 판다. 가격이 아니라 전문성으로 경쟁하는 전략이다. 
  3. 모듈화: 패키지를 해체해 일일투어·픽업·체험 같은 단품(부품)으로 팔고, OTA·액티비티 플랫폼과 연결한다. 유연성·재고·콘텐츠가 핵심 역량이 된다. 

세 갈래의 공통분모는 하나다. 기술. 재고·가격·유통·고객소통을 실시간으로 다루지 못하면, FIT 생태계의 속도에 따라갈 수 없다. 기술은 비용이 아니라 생존장치다. 


5) 판단의 프레임 — 소비자, 여행사, 랜드사에게

소비자에게: “싼 패키지”가 정말 싼지 묻자. 현지에서 시간을 무엇에 쓰게 되는가? 옵션과 쇼핑이 가격표 뒤에 숨어 있다면, 당신의 하루는 누구의 실적을 위해 설계되는가. (위의 숫자는 힌트다.) 

여행사에게: 최저가 경쟁은 공급망의 붕괴 비용을 미래로 미룰 뿐이다. 조달의 기준을 “가격+가치”로 바꾸고, 정산·지급의 투명성을 제도화하라. 당신의 브랜드는 B2B 금융 관행의 신뢰 위에 선다. 

랜드사에게: “가격으로 이기기”는 끝났다. 전문화·모듈화·직접판매, 그리고 기술 내재화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리스크를 분산하라. 혼자 가기 어렵다면 전략적 동맹으로 결핍을 메우면 된다.   


맺음말

이 글은 “랜드사를 옹호”하려는 글이 아니다.

산업의 구조를 직시하자는 제안이다.

랜드사는 완벽하지 않다.

그렇다고 없어도 되는 존재도 아니다.

좋은 여행은 앞단의 가격표뒷단의 운영이 서로를 착취하지 않을 때 만들어진다.

다음 예약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 번 더 묻자.

누가 무엇으로 벌고, 그 리스크는 누구에게 전가되는가.

그리고, 당신이라면 그 게임에 어떤 규칙을 더할 것인가.

후속편 – “그들이 움직이는 방식,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
랜드사는 단순한 ‘현지 대행업체’가 아니었다. 호텔과 식당, 차량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중심축이자, 돌발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현장의 버퍼였다.
한국 저가형 패키지여행, 왜 아직도 선택될까?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고민은 ‘예산’과 ‘일정’입니다. 특히 자유여행이 부담스럽거나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분들에겐 저가형 패키지여행이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죠. 하지만 저가 패키지는 여전히 ‘강제 쇼핑‘이나 ‘낮은 품질’ 등의 부정적인 인식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여전히 저가 패키지를 선택할까요? 그리고 어떤 점에서 불만족을 느끼는 걸까요? 이 글에서는 저가형 패키지여행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미래 방향성까지 차분히 짚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