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 1등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까요?
1993년, 하나의 작은 여행사가 시작됐어요. 이름은 '국진여행사'. 지금은 모두가 아는 이름, 바로 하나투어의 전신이에요.

당시 설립자인 박상환 회장은,
국일여행사(현 모두투어) 출신으로
‘하드블럭’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들고 나왔어요.
항공 좌석을 대량 선구매하고,
이를 소매 여행사에 공급하는 방식이었죠.
이 모델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했지만
좌석 확보와 가격 경쟁력이라는 명확한 무기를 안겨줬어요.
하나투어는 이를 바탕으로
수천 개의 대리점과 협력망을 만들었고,
오프라인 중심의 거대한 유통 구조를 형성했어요.
그리고 시장 1위가 됐죠.

변화의 파고, 하나투어는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시간은 흘렀고,
여행을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졌어요.
스마트폰 하나로 항공권과 호텔을
직접 예약할 수 있는 지금,
기존의 도매 중심 패키지 모델은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어요.

하나투어도 위기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하나팩 2.0', '3.0' 같은
프리미엄 상품을 내놓고,
강제 쇼핑을 없애고, 맛집을 넣고,
ZEUSworld라는 고급 상품도 론칭했어요.
실제 ZEUSworld는 전년 대비 31% 성장하며
소득 상위 여행자층의 반응을 이끌어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질문은 남아요.
지금의 소비자는
진짜 '자기만의 여행'을 원해요.
OTA는 실시간으로 다이나믹 패키지를 제공하고,
20~30대는 인스타그램에서
여행지를 정하고, 예약도 직접 하거든요.
하나투어의 상품은 ‘고급화’에는 성공했지만
‘개인화’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어요.
디지털 전환, 잘하고 있을까요?
하나투어는
앱 MAU 100만 명을 목표로 잡았고,
AI 검색 기능도 도입했어요.
디지털 전담 인력도 170명에 달하고,
SEO, SEM, 소셜미디어 마케팅 등
다양한 디지털 시도를 하고 있어요.
MZ세대 대상 마케팅으로
1년 새 구독자 수가 25% 증가했다는 점도 고무적이에요.
하지만 이런 시도들이
실질적인 수익 전환으로 이어졌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아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말은 쉽지만,
기술 DNA가 없는 기업에겐
속도도, 깊이도 더디기 마련이에요.
투자자 입장에서 본 하나투어
2020년, 하나투어는
IMM PE라는 사모펀드에 인수됐어요.
투자금은 1,289억 원,
주당 인수가는 약 58,000원이었죠.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며
2021년 매출은 402억 원까지 급감했고,
3년 연속 1,000억 원 이상 영업적자를 냈어요.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회복에 나섰고,
2023년 매출은 4,116억 원,
영업이익은 340억 원까지 올라왔어요.
2024년 1분기 실적은
매출 1,833억 원, 영업이익 216억 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어요.
하지만 주가는 여전히 인수 가격 수준인
5만 원대 후반에 머물러 있어요.
IMM 입장에선 엑시트(회수)를 해야 하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해요.

글로벌 OTA, 유통 대기업, 심지어 야놀자까지
인수 후보로 거론되지만
결정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어요.
야놀자는 이미 모두투어 지분 3.88%를 보유한 상태고,
만약 야놀자-모두투어 연합이 공고해진다면
하나투어 입장에서는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어요.
하나투어가 진짜 고민해야 할 것
단순히 ‘패키지를 더 좋게’ 만드는 걸로는
지금의 여행자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어요.

상품도, 유통도, 브랜드도
이제는 완전히 새로 짜야 해요.
지금까지의 성공은
‘유통망 확보’와 ‘브랜드 신뢰’에 있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경험 설계’와 ‘데이터 기반 추천’,
‘디지털 서비스’가 핵심이 될 거예요.
하나투어는 충분한 자산과 브랜드를 갖고 있어요.
하지만 이 자산이 ‘미래’로 이어지려면,
과거의 방식과 확실히 결별해야 해요.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지금 하나투어는 ‘매각 대기 기업’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시장에 서 있어요.
IMM PE의 엑시트가 언제,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이뤄질지는 아무도 몰라요.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예요.
그 누구든 하나투어를 이끌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1등 공식’은 통하지 않을 거예요.
지금 필요한 건
전략이 아니라 혁신이고,
홍보가 아니라 공감이에요.
하나투어의 다음 10년이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