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나믹 패키지, 한국 여행의 미래를 여는 열쇠
“패키지 여행은 너무 뻔하고, 자유여행은 준비가 힘들고…” 여행을 준비하면서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원하는 일정대로 움직이면서도, 전문가가 짜준 듯한 효율적인 여행을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 두 가지 바람을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여행 방식이 바로 ‘다이나믹 패키지’입니다.

다이나믹 패키지란 무엇인가요?
다이나믹 패키지는 말 그대로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는 여행 패키지’입니다. 항공권, 호텔, 렌터카, 현지 투어 등 여러 여행 요소들을 고객이 직접 선택해 하나의 상품처럼 구성하는 방식입니다. 기존 패키지처럼 정해진 일정을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니고, 자유여행처럼 모든 것을 혼자 알아보고 예약해야 하는 부담도 없습니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이미 온라인 여행사를 통해 일상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다이나믹 패키지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자리잡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하나투어, 노랑풍선, 여행박사와 같은 여행사들이 앞다투어 이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고, 기술과 시장의 변화에 따라 점차 주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국 여행 시장은 왜 특별할까요?
한국 여행자들은 짧은 휴가 동안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기를 원하면서도, 낯선 환경에서 헤매고 싶어 하지는 않습니다. 외국어 능력이나 해외 체류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도 많고, 시간과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자유롭게”가 아니라, “알아서 잘 구성된 자유”를 선호합니다. 이런 니즈는 다이나믹 패키지의 특성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집니다.
기술이 핵심입니다: 시스템 구축의 중요성
다이나믹 패키지를 성공적으로 서비스하려면 그 뒤에 정교한 기술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실시간으로 항공권 재고를 확인하고, 호텔 가격을 불러오며, 고객의 선택에 따라 자동으로 조합을 만들어주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다양한 공급업체들과의 데이터 연동(API)도 필수입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항공권을 검색하는 동시에 해당 날짜에 예약 가능한 호텔, 렌터카, 액티비티 정보를 동시에 불러오고, 이 중 선택한 항목에 따라 패키지 가격이 자동으로 계산되어야 합니다. 이 모든 게 몇 초 안에 처리되어야 하죠.
국내 여행사들도 이런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투어비스는 에어프레미아와 API 연동을 통해 항공권과 호텔을 실시간으로 조합하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야놀자·인터파크·트리플이 합병한 ‘놀유니버스’는 전 세계 50만 개 여행 상품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다이나믹 패키지의 진짜 매력은 ‘내가 원하는 여행을 알아서 제안해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고객의 성향을 잘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최신 기술을 활용하면, 고객이 검색했던 여행지, 예산, 이전 여행 기록 등을 바탕으로 딱 맞는 일정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유럽 여행을 선호하는 30대 여성’처럼 분류하는 정도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더 정교해집니다. 예를 들어, “주로 주말에 여행을 가고, 해산물을 좋아하며, 쇼핑보다는 체험을 선호한다”는 수준까지 분석할 수 있게 됩니다. 타이드스퀘어는 최근 AI 여행 비서를 개발해, 키워드 몇 개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일정을 짜주는 기능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한국 주요 여행사들은 다이나믹 패키지를 어떻게 도입하고 있을까?
한국에서 다이나믹 패키지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소개된 건 2007년, 웹투어라는 여행사가 처음 시도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당시 웹투어는 항공권과 숙박을 한 번에 예약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을 선보였는데요, 이것이 바로 국내 최초의 다이나믹 패키지 서비스였습니다. 이 시스템을 통해 고객들은 다양한 항공편의 시간표와 가격을 비교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항공권을 고를 수 있었고, 숙소까지 한 번에 예약하고 결제할 수 있었죠. 지금은 당연하게 느껴지는 기능들이지만, 당시로선 꽤 앞선 시도였습니다.

이후 다이나믹 패키지를 본격적으로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하나투어입니다. 하나투어는 ‘하나프리’라는 이름으로 자사의 다이나믹 패키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항공권, 호텔, 현지 투어, 교통 패스까지 여행자가 직접 선택해 조합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특히 하나투어는 2013년부터 이 서비스를 본격화하며, 일반 항공권은 물론 단체 항공권까지 시스템에 포함시켜 선택의 폭을 넓혔습니다. 덕분에 자유여행을 원하는 여행자들도 패키지의 편리함을 누릴 수 있게 되었죠.

이처럼 주요 여행사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이나믹 패키지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각 회사마다 기술 개발 방식이나 상품 구성은 다르지만, 공통된 목표는 있습니다. 바로 ‘여행자에게 더 유연하고 편리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지금의 여행 환경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습니다.
포화된 OTA 시장, 어떻게 경쟁할까요?
한국의 온라인 여행 시장은 이미 네이버, 야놀자(현재는 "NOL"), 인터파크(현재는 NOL 인터파크투어") 등 강력한 플레이어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면 단순히 “우리도 다이나믹 패키지를 합니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방식으로 다이나믹 패키지를 도입하고 있는 여행사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트립박스입니다. 트립박스는 2023년 커넥트웨이브와 제휴하여 ‘다나와 여행’이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선보였는데요, 이 서비스는 기존의 여행사 홈페이지에 하나하나 접속해 상품을 비교하던 번거로운 방식에서 벗어나, 통합 플랫폼 안에서 항공권, 호텔, 현지 투어 상품을 한 번에 비교하고 예약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입니다.
이 서비스는 단순한 가격 비교 기능을 넘어서, 트립박스 마켓플레이스에 등록된 다양한 여행 상품들을 실시간으로 조회하고 선택할 수 있게 구성돼 있습니다. 즉, 여러 여행사에서 판매 중인 상품을 하나의 창에서 확인하고, 조건에 맞는 최적의 조합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입니다. 여행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훨씬 효율적이고 직관적인 경험이 가능해진 것이죠.

또 다른 사례로는 트래포트(Traport)를 들 수 있습니다. 트래포트는 자체적으로 다이나믹 패키징 시스템을 개발해 항공권, 호텔, 렌터카 등을 사용자가 직접 선택해 조합할 수 있는 맞춤형 여행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개인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행자는 자신의 일정과 취향에 따라 여행 구성 요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정형화된 패키지 여행에서 느꼈던 제약에서 벗어나 훨씬 유연한 여행 계획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처럼 다이나믹 패키지는 더 이상 일부 대형 여행사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갖춘 다양한 기업들이 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여행자들은 점점 더 자신에게 맞는 여행을 쉽게 설계하고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다이나믹 패키지는 한 번에 완성되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처음에는 시장 조사와 시스템 설계를 거쳐, 재고 공급업체를 선정하고, 내부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이후 실제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고객 피드백을 받고, 다시 개선해 나가는 순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특히 기존의 ‘공장식 패키지 여행’에서 벗어나 ‘고객 주도형 여행’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의 프로세스도 재정비해야 합니다. 직원 교육, 운영 방식, 고객 응대 방식까지 모두 새롭게 바뀌어야 하죠.
여행의 본질로 돌아가기
다이나믹 패키지는 단순히 더 똑똑한 여행 상품이 아닙니다. 고객이 여행을 통해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여정을 기술로 도와주는 도구입니다. 한국 여행사들이 이 새로운 방식을 제대로 도입한다면,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 인생의 소중한 기억을 설계하는 ‘여행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여행은 단순한 ‘판매 상품’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의 일부’가 되고 있습니다. 다이나믹 패키지는 그 변화의 중심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