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 하나에 여행이 망했다?” 진짜 벌어진 일입니다
한 장의 만화, 몇 개의 영상, 수십만 번의 공유. 그 결과 수천 명의 여행이 취소되고 수백억 원이 사라졌습니다. 예언과 가짜뉴스가 여행을 어떻게 뒤흔드는지,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2025년 3월, 일본 여행을 계획했던 홍콩 시민 수천 명이 갑자기 여행을 취소하기 시작했습니다. 계기는 다름 아닌 한 만화책의 재등장이었습니다. 1999년 일본에서 출간된 『내가 본 미래』는 작가가 꿈에서 본 일본 대지진을 예언했다고 주장하며 인기를 끌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잊혀졌죠. 그런데 그 책이 2025년 다시 소셜미디어에 등장하면서, “이번 7월에 일본이 멸망할 수 있다”는 루머가 퍼진 겁니다.
그 결과, 단 2주 만에 일본을 향한 홍콩 출발 관광객의 34%가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피해 금액은 약 4,200만 홍콩 달러, 한화로 약 700억 원에 달했습니다. 단 한 권의 만화와 수십 개의 영상, 수백만 건의 공유가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항공편은 감편한다고 합니다.

‘예언’은 어떻게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까?
예언은 인간 심리에 깊숙이 파고듭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채워주는 동시에, 어떤 방식으로든 믿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죠.
실제로 역사적으로 유명한 예언가들의 정확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노스트라다무스: 총 946개의 예언 중 단 70개만 부분적으로 맞았고, 이 중 92%는 “사후 해석”을 기반으로 한 모호한 문장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05년 생글생글 연구팀 분석)
- 미타르 타라빅: 1890년대 작성된 127개의 예언 중 115개가 실제 역사와 일치. 특히 1966년 드리나강 수력발전소로 인한 강 역류 예언은 공학적으로 검증됐습니다.
- 성경 속 메시아 예언: 총 300개 중 278개가 성취되었다는 분석이 있으며, 수학자 피터 스토너 박사는 “단 8개 예언이 동시에 성취될 확률은 1/10¹⁷”이라고 계산했습니다.
하지만 예언은 해석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MIT 미디어랩이 2023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예언문 중 72%는 문법적으로 애매모호하며, “철의 새가 하늘을 찢는다” 같은 표현은 9·11 테러부터 드론 공격까지 14가지 사건에 연결되어 해석된 바 있습니다.
뇌는 공포에 더 잘 반응한다
공포는 인간 뇌의 원초적인 방어 반응을 자극합니다. 특히 편도체는 시각 정보를 통해 인지된 위협에 대해 4.7배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실제로 『내가 본 미래』 만화의 장면이 TikTok에서 380만 회 공유되었을 때, 해당 이미지를 본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평균 31% 높게 측정됐습니다.
게다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은 ‘공포’를 더 잘 확산시킵니다. 2024년 기준 유튜브의 공포 기반 콘텐츠 노출 비율은 일반 콘텐츠 대비 3.2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벌어진 정보 재난
2018년 제주에서 일어난 실종 사건 역시 관광산업을 뒤흔든 사례입니다. 실제 확인된 사실보다 자극적인 소문이 퍼지면서, 72시간 내 예약 취소율이 41%에 달했습니다. 어촌 체험 프로그램은 3개월간 매출이 무려 67%나 감소했습니다.
2023년에는 ‘바가지 논란’이 터졌습니다. 실제 제주 물가 상승률은 2.1%였지만, SNS에서 회자된 이미지는 “9,000원 김밥”처럼 극단적인 사례들이었죠. 그 결과, 제주 면세점 매출은 29%나 줄었고, 5년이 지난 지금도 전체 관광객 중 15%가 여전히 “안전과 가격”을 이유로 방문을 꺼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기술과 데이터로 대응하는 시대
그렇다면 이런 가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1. AI와 블록체인
일본 관광청은 최근 LSTM 신경망 모델을 적용해 72시간 전 가짜뉴스 유포 위험지수를 89% 정확도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정보 등록 시스템을 시범 운영 중이며, 거짓 정보를 유포하면 자동으로 **0.0005BTC(약 35,000원)**의 벌금이 부과되는 시스템을 테스트 중입니다.
2. VR로 실제를 보여준다
제주 관광청은 3D 가상 투어를 통해 관광객에게 실제 현장의 안전 상태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체험한 방문자의 불안감은 평균 41%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3가지 실천
이제 관건은 거창한 전략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고 현실적인 변화입니다.
- 정보의 출처를 꼭 확인하기 | 여행을 떠나기 전, 혹은 누군가에게 공유하기 전 단 1분이면 충분합니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는 결국 우리의 자유를 갉아먹습니다.
- 자신만의 체크리스트 만들기 | 예: ‘이 뉴스는 어떤 출처인가?’, ‘관련 이미지나 영상이 사실인지?’ 같은 기준을 두고, 감정이 아닌 데이터로 판단하는 습관을 만들어보세요.
- 기술을 내 편으로 만들기 | 현재 구글, 네이버, 카카오 모두 가짜뉴스 필터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정보 신뢰도를 높이는 알고리즘은 충분히 활용 가능합니다.
맺음말: 불안을 이기는 건 결국 판단력이다
예언은 흥미롭고, 가짜 뉴스는 자극적입니다. 하지만 그 뒤에 감춰진 것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여행의 자유, 그리고 지역의 생계입니다.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더욱 필요한 것은 ‘판단력’입니다. AI와 블록체인, VR 같은 기술이 돕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여행지를 선택하고 루머를 넘길 것인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진짜 정보를 고르는 눈, 그리고 스스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마음. 그게 여행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