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유니버스는 정말 ‘배가 산으로 가고’ 있을까
세계여행신문의 놀유니버스 비판 기사를 읽고 최근 세계여행신문에 놀유니버스를 비판하는 기사가 실렸다. 제목부터 강하다. ‘배가 산으로 가는 놀유니버스’.

기사에서는 놀유니버스의 인력 이탈과 리더십 교체, 패키지 사업의 부진, NOL 리브랜딩 등을 거론하며 야놀자와 놀유니버스가 한국 여행시장의 기존 질서를 흔들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기사 서두의 문제의식은 명확하다.
“내년도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자사 이익추구에만 눈이 멀어 반세기 동안 이어온 한국여행시장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 놀유니버스의 모회사 야놀자다.”
그리고 기사는 이를 ‘여행시장의 건전한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진단이라고 설명한다.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놀유니버스가 잘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기 전에 다른 질문이 먼저 들었다.
과연 이 기사는 자신이 내린 결론을 충분히 증명하고 있는가?
‘사람 중심 여행업’이라는 낭만적인 표현
기사에서 가장 동의하기 어려웠던 표현 중 하나는 ‘사람 중심 여행업’이다.
전통 여행업이 노동집약적 산업이었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상품을 만들고, 공급자와 계약하고, 예약을 받고, 발권하고, 정산하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많은 사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사람이 중요한 산업이라는 것과 사람을 계속 투입해야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전통적인 노동집약적 구조에서는 더 많은 상품과 고객을 다루려면 그에 비례해 운영 인력도 증가해야 한다. 거래량과 노동량을 분리하기 어렵다.
플랫폼이 해결하려는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다.
호텔, 항공사, 철도회사, 렌터카회사, 여행사 같은 수많은 공급자가 플랫폼에 들어오고 소비자가 그 안에서 검색하고 비교하고 예약하고 결제한다.
플랫폼은 여행상품을 모두 직접 생산하는 대신 거래가 일어나는 시장과 인프라를 만든다.
거래가 10배 늘었다고 직원도 10배 늘어야 하는 구조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람의 전문성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반복적인 예약·재고·정산 업무를 시스템으로 이전하고, 사람은 상품기획과 협상, 고객 이해, 예외 상황 해결처럼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 집중할 수 있다.
맨파워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맨파워에 레버리지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IT 플랫폼의 자동화 대 사람 중심 여행업’이라는 대립구도부터 동의하기 어렵다.
사람과 기술은 서로의 반대말이 아니다.
전통을 지키는 것이 곧 산업을 지키는 것일까
기사에는 더 근본적인 전제가 하나 깔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존 여행업의 구조가 지켜져야 할 정상적인 상태이고, 그것을 흔드는 플랫폼 기업은 여행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기존 질서의 근간이 흔들리는 일은 수없이 반복됐다.
마차가 주요 교통수단이었던 시대에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 기존 운송 생태계는 크게 흔들렸다.
그렇다고 마차 산업의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의 확산 자체를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산업의 변화에서 중요한 질문은 기존 질서가 유지되는가가 아니다.
새로운 구조가 더 높은 생산성을 만들고, 소비자와 공급자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가가 중요하다.
따라서 기존 여행사의 몫이 줄어드는 것과 여행산업 전체가 피해를 입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경쟁사업자의 손실과 시장의 손실은 같은 말이 아니다.
‘자사 이익추구에 눈이 멀었다’는 판단에는 근거가 필요하다
기사에서는 야놀자가 ‘자사 이익추구에만 눈이 멀었다’고 표현한다.
이 역시 상당히 강한 가치판단이다.
기업은 본질적으로 이익을 추구한다.
문제는 이익을 추구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는가. 공급자에게 부당한 비용을 전가했는가. 경쟁을 제한했는가. 소비자의 후생을 훼손했는가.
그런 행위가 있었다면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익추구에 눈이 멀었다’고 기업의 동기까지 규정하려면 그만큼 강한 근거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기사에서 말하는 ‘무분별한 몸집 키우기로 인한 업계 피해’ 역시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 무분별했는가.
그리고 누가 어떤 피해를 얼마나 입었는가.
야놀자가 여러 기업을 인수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수가격이 과도했는지, 인수한 기업에서 시너지를 만들지 못했는지, 수익성이 악화됐는지, 소비자가 이탈했는지 같은 결과가 있어야 ‘무분별한 M&A’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같은 M&A를 전혀 다르게 볼 수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비슷한 시기에 나온 다른 기업 분석이다.
데모데이의 야놀자 분석은 같은 M&A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야놀자는 2019년 eZee Technosys, 2020년 산하정보기술과 Innsoft, 2021년 인터파크, 2022년 트리플 등을 인수했다. 데모데이는 이를 각각 PMS, 호텔 운영 시스템, 항공·공연·아웃바운드, 여행자 데이터 등의 역량을 확보한 과정으로 보고 ‘전략적 M&A + 클라우드 통합’이라는 성장 전략으로 해석한다.
어느 해석이 반드시 옳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같은 현상을 놓고도 ‘무분별한 몸집 키우기’와 ‘전략적 사업 확장’이라는 전혀 다른 가설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판단은 결과를 통해 해야 한다.
데모데이 자료에 따르면 야놀자의 2025년 연결매출은 1조292억원이다. Consumer Platform은 7,237억원으로 7.8% 성장했고, Enterprise Solution은 3,526억원으로 20.5% 성장했다. ES의 조정 EBITDA는 882억원으로 CP의 491억원보다 크다.
물론 이 숫자만으로 야놀자의 M&A 전략이 성공했다고 결론 내릴 수도 없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성공했다’도 ‘무분별했다’도 결과로 증명해야 할 명제다.
브랜드가 흐려진 것인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중인가
기사의 또 다른 주장도 비슷하다.
“현재 놀유니버스는 두 브랜드를 무리하게 합치고 리브랜딩하는 과정에서 모텔앱도 아니고 여행사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다.”
그리고 한때 항공하면 인터파크를 떠올렸지만 이제 소비자는 야놀자나 인터파크를 떠올리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이것 역시 가능성은 있다.
인터파크가 오랫동안 축적한 항공과 여행의 브랜드 자산이 NOL 통합 과정에서 훼손될 위험은 분명 존재한다.
실제로 데모데이 역시 NOL 브랜드 통합 과정에서 소비자 혼선이 발생할 수 있고, 수십 년간 쌓인 인터파크의 브랜드 자산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야놀자의 주요 과제로 지적한다.
하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이미 실패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소비자들이 이제 인터파크를 떠올리지 않는다”
고 주장하려면 브랜드 인지도, 최초상기도, 검색량, 이용자 수, 항공 거래액, 기존 고객의 전환율과 리텐션 같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기업이 M&A를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것 자체가 정체성의 혼란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NOL이 기존 브랜드를 유지하는 대신 숙박·항공·공연·여행을 하나로 묶는 새로운 통합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다면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인터파크라는 이름이 예전만큼 강한가?”가 아니라 “NOL이 그보다 더 큰 브랜드 자산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그리고 아직 그 답은 나오지 않았다.
채용했다. 떠났다. 사고가 있었다. 그래서 무엇이 잘못됐다는 것인가
기사에서는 인터파크 인수 후 하나투어 출신 간부들을 고액연봉으로 대거 영입했지만 현재 대부분 남아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부 인사는 금전사고의 책임을 지고 퇴직했다는 내용도 덧붙인다.
여기에서도 의문이 생긴다.
그래서 무엇이 잘못됐다는 것인가.
하나투어 출신 인사를 고액연봉으로 채용한 것이 문제였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들이 받은 보상과 만들어낸 성과를 비교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회사를 떠난 것이 문제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퇴사했고, 그 이탈로 회사가 어떤 손실을 입었는지 보여줘야 한다.
금전사고 역시 별개의 문제다.
회사의 내부통제가 부실했고 이를 방치했다면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부 임직원이 사고의 책임을 지고 퇴직했다는 사실을 인재 영입 전략의 실패와 연결하려면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채용했다. 떠났다. 사고가 있었다.
세 가지 사실을 연달아 배치한다고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사실의 나열과 인과관계의 입증은 다른 일이다.
리더십이 바뀌면 여행 생태계가 위태로워지는가
기사에서는 인터파크 인수 이후 리더십이 여러 차례 교체되면서 “내부조직의 피로도 역시 높은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사실이라면 충분히 놀유니버스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잦은 리더십 교체가 전략의 일관성을 떨어뜨리고 구성원의 피로를 높였다면 조직관리 측면에서 비판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기사의 처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기사는 ‘여행시장의 건전한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야놀자의 ‘무분별한 몸집 키우기로 인한 업계 피해’를 진단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놀유니버스 직원들의 조직 피로도가 여행업계에 어떤 피해를 줬다는 것인가.
내부 리더십 교체로 공급자의 거래조건이 악화됐는가.
협력사가 손실을 입었는가.
소비자 후생이 감소했는가.
시장 경쟁이 제한됐는가.
그 연결고리가 없다면 이것은 여행 생태계의 문제가 아니라 놀유니버스의 조직관리 문제다.
놀유니버스가 좋은 회사인가를 평가하는 것과 놀유니버스가 한국 여행시장에 해를 끼치고 있는가를 입증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사업이 실패했다면 책임자를 바꾸는 것이 이상한 일인가
기사에서는 초창기 하나투어 출신 임원진을 통한 오프라인 패키지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자 글로벌 OTA 출신을 해외여행 수장으로 배치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하나투어와 인터파크투어의 사업구조부터 다르다.
하나투어는 오랫동안 대리점 네트워크를 활용한 간접판매가 중요한 유통 기반이었던 여행사다. 인터파크투어는 온라인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채널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하나투어에서 성공했던 방식을 인터파크투어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반드시 정답이라고 볼 수도 없다.
반대로 기사 주장대로 오프라인 패키지 전략이 실패했다고 가정해보자.
사업전략을 선택했다.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책임자가 바뀌었다. 그리고 다른 경험을 가진 경영자를 영입했다.
이것은 사기업에서 매우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경영활동이다.
글로벌 OTA 경험을 가진 인사를 새로운 책임자로 선임한 것 역시 실패의 증거라기보다 플랫폼형 사업모델에 필요한 역량을 다시 정의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어느 해석이 맞는지는 이후 사업성과가 말해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같은 질문이 남는다.
이것이 왜 한국 여행시장의 건전한 생태계를 위태롭게 만드는 일인가.
문제는 비판이 아니라 비판의 기준이다
야놀자와 놀유니버스에 비판할 것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검증해야 할 것은 많다.
NOL 통합으로 인터파크가 가진 강력한 브랜드 자산을 훼손하지 않았는지, 서로 다른 서비스를 하나로 합치면서 실제 크로스셀이 증가했는지, 고객 LTV가 개선됐는지, 플랫폼 통합에 투입한 비용만큼 생산성이 높아졌는지, M&A를 통해 확보한 사업들이 실제 시너지를 만들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야놀자의 기업가치 문제도 존재한다. 데모데이는 2021년 투자 당시 약 8조원이었던 기업가치와 2026년 장외시장 약 3~3.5조원 사이의 큰 간극을 지적한다. 현재 EBITDA 수준으로 높은 IPO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한다.
이런 것은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데이터와 결과를 가지고 해야 할 비판이다.
배가 산으로 가는 걸까, 목적지를 다르게 보고 있는 걸까
이 기사를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문제는 개별 사실 하나하나보다 그 사실들을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인력이 떠났다.
그래서 위기다.
리더십이 바뀌었다.
그래서 조직이 흔들린다.
패키지가 안착하지 못했다.
그래서 전략이 표류한다.
브랜드를 합쳤다.
그래서 정체성이 사라졌다.
M&A를 했다.
그래서 무분별하게 몸집을 키웠다.
기존 여행업의 질서가 흔들린다.
그래서 여행 생태계가 훼손된다.
앞 문장이 사실이라고 해서 뒤 문장까지 자동으로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사이에는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이 필요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전통 여행업의 방식을 지켜야 할 정상 상태로 놓고, 그 방식에서 멀어지는 변화를 실패로 규정하는 시각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전통 여행업이 만들어온 경험과 전문성은 분명 가치가 있다.
하지만 전통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앞으로도 가장 효율적인 사업방식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과 기술의 역할은 사람을 여행업에서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노동량과 기업의 성장량이 비례해야 했던 기존 구조를 바꾸는 것이어야 한다.
물론 놀유니버스가 그것을 성공적으로 해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NOL이라는 통합 브랜드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M&A가 시너지를 낼 수도 있고 오히려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도 있다. 플랫폼 전환이 생산성을 높일 수도 있고 현장의 전문성을 잃게 만들 수도 있다.
그것은 앞으로 숫자와 시장의 결과가 판단할 일이다.
그래서 나는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결론보다 먼저 묻고 싶다.
배의 목적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도 있다.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은 과거의 여행업인가, 더 나은 여행산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