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는 왜 사들이고, 또 없애는 걸까?

야놀자는 100억 원을 투자할 만큼 트리플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개인화 기술과 여행 콘텐츠가 탐났던 모양이다. 그런데 몇 년 뒤, 트리플은 사라졌다. 호텔나우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기업을 인수할 때는 저마다의 경쟁력을 강조하면서, 왜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플랫폼으로 합치기에 바빠지는 걸까? 야놀자가 사들인 건 서비스의 가치였을까, 아니면 고객이었을까?

야놀자는 왜 사들이고, 또 없애는 걸까?

트리플의 종료로 다시 묻게 된 야놀자의 인수합병 전략

트리플이 사라졌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2026년 11월 3일, 여행 플랫폼 트리플이 서비스를 종료했다.

트리플은 여행지 정보를 찾아보고, 가고 싶은 장소를 저장하고, 일정을 만드는 여행 플래너 서비스였다. 2024년에는 누적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물론 누적 가입자가 1,000만 명이라는 사실이 종료 직전에도 그만큼 많은 사람이 이용했다는 뜻은 아니다. 트리플의 마지막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확인하지 못했다.

서비스 종료 자체가 이상한 일은 아니다. 기업은 사업 전략에 따라 서비스를 통합하거나 종료할 수 있다.

트리플도 마찬가지다. 놀유니버스는 트리플의 기능을 NOL로 통합하고, 여행 계획부터 예약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통합의 완성도다.

기존 트리플 이용자들이 사용하던 모든 기능이 NOL에서 동일하게 제공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실제로 서비스 종료를 앞둔 앱 리뷰에서는 기존 기능과 여행 기록을 걱정하는 이용자들의 반응도 나타났다.

트리플을 종료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기존 고객이 누리던 경험을 온전히 옮겼는지 확인하기도 전에 서비스를 종료한 걸까?

더 궁금한 건 따로 있다.

야놀자는 애초에 트리플의 무엇이 탐나서 투자했던 걸까?


야놀자는 원래 트리플이 가진 것을 원했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20년 야놀자는 트리플에 100억 원을 투자했다. 2022년에는 인터파크와 트리플의 합병을 추진했다.

당시 트리플의 강점으로 주목받았던 것은 여행 콘텐츠와 개인화 기술이었다.

트리플은 단순히 호텔이나 항공권을 판매하는 플랫폼이 아니었다.

고객이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 깊숙이 들어가 있었다.

여행지를 검색하고, 다른 여행자의 후기를 읽고, 가고 싶은 장소를 저장한다. 그렇게 모은 장소를 일정에 넣고 동선을 구성한다.

여행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 날에도 트리플을 열어볼 이유가 있었다.

2023년 2월 기준 트리플에서 누적 생성된 여행 일정은 637만 건에 달했다.

이 숫자는 꽤 흥미롭다.

여행 플랫폼은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는 순간에 집중하기 쉽다. 반면 트리플은 구매 전부터 고객이 어떤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지 접점을 만들 수 있었다.

여행업계에서 고객이 어디로 떠날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미리 알 수 있다는 건 상당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야놀자가 트리플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도 이런 강점과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약 4년이 지난 지금, 트리플은 독립 서비스로서 사라졌다.

인수 당시 기대했던 가치는 그동안 얼마나 실현됐을까?

아쉽게도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앱을 합치는 게 먼저였을까, 고객 경험을 옮기는 게 먼저였을까?

놀유니버스의 통합 전략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여러 플랫폼을 따로 운영하면 개발과 운영 자원이 분산된다. 회원과 결제, 혜택도 나뉘기 쉽다.

반대로 하나의 플랫폼에 상품과 고객을 모으면 서로 다른 여행 서비스를 연결하기가 수월해질 수 있다.

숙소를 예약한 고객에게 교통편을 추천하고, 여행 일정을 만드는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을 판매하는 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충분히 합리적인 방향이다.

문제는 기업이 생각하는 통합과 고객이 기대하는 통합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은 계정과 상품, 데이터를 하나로 연결하면 통합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고객에게는 조금 다른 문제다.

어제까지 사용하던 기능을 오늘도 사용할 수 있는가? 몇 년 동안 만들어둔 여행 기록은 그대로 남아 있는가? 기존보다 더 편리해졌는가?

트리플의 일정 생성 기능은 NOL에서도 제공된다. 기존 일정과 계정 이전을 위한 고객센터 안내도 마련됐다.

그렇다고 트리플의 모든 경험이 그대로 이전됐다고 볼 근거는 없다.

여행 가계부, 준비물 체크리스트, 일행과 함께 일정을 관리하는 기능처럼 기존 이용자들이 활용하던 기능이 NOL에서 어느 수준까지 제공되는지도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부 이용자에게는 사소한 기능일 수 있다.

다른 이용자에게는 트리플을 사용하는 이유 자체였을 수도 있다.

여행 플랫폼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이 차이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물론 놀유니버스 내부에는 통합을 서둘러야 할 사업적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중복 운영 비용이나 기술적 제약도 고려했을 수 있다.

다만 실제로 어떤 이유로 종료 일정을 결정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래서 묻고 싶다.

기존 고객이 사용하던 경험을 충분히 계승하지 못했다면, 독립 서비스를 조금 더 유지하는 선택지는 없었을까?

플랫폼 통합을 완료했다는 발표보다 중요한 건 고객이 통합 이후에도 불편 없이 여행을 계획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트리플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야놀자의 과거를 살펴보면 비슷한 장면이 등장한다.

2016년 야놀자는 호텔 당일 예약 서비스인 호텔나우를 인수했다.

당시에는 야놀자와 호텔나우를 별도의 서비스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호텔나우는 인수 이후에도 독립 앱으로 운영됐다. 2019년 3월에는 앱을 개편하며 검색과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하기도 했다.

그런데 같은 해 12월, 호텔나우는 야놀자로 서비스를 통합한다고 공식 안내했다.

독립 운영을 강조했던 서비스가 약 3년 만에 통합된 셈이다.

물론 호텔나우의 경우 기존 고객이 야놀자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따라서 브랜드가 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기능이나 고객 가치까지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2022년에는 인터파크와 트리플이 합쳐졌고, 2026년에는 NOL을 중심으로 다시 플랫폼이 통합됐다.

인수와 합병을 거치며 각자의 이름으로 운영되던 서비스들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모이는 흐름이 반복된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야놀자는 기업을 인수할 때마다 각 서비스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조해 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개별 브랜드를 유지하기보다 통합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바뀐다.

처음부터 통합을 염두에 둔 인수였다면 이상할 일은 아니다.

다만 인수 당시 강조했던 차별화된 경험이 통합 이후에도 제대로 살아남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인수한 회사의 이름을 없애는 건 어렵지 않다. 그 회사가 잘하던 일을 더 잘하게 만드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렇다고 야놀자의 모든 인수가 실패한 건 아니다.

여기서 야놀자의 인수합병이 전부 실패했다고 결론 내리면 곤란하다.

야놀자가 인수한 기업 가운데는 기존 제품과 사업을 이어가는 사례도 있다.

호텔 운영 솔루션 기업인 eZee와 Innsoft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소비자에게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앱이 아니라 호텔 운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야놀자는 이런 기술과 솔루션을 기반으로 글로벌 호텔 테크 사업을 확대해 왔다.

물론 제품이 계속 운영된다는 사실만으로 인수가 재무적으로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인수한 기업의 기술과 서비스를 반드시 없애는 것은 아니라는 반례는 된다.

오히려 이 차이가 흥미롭다.

기업용 솔루션은 기존 제품을 유지하면서 고객과 시장을 확장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소비자용 플랫폼은 여러 앱을 하나로 통합하는 편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사업 구조가 다르니 전략도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용 플랫폼을 통합할 때는 어떤 원칙이 필요할까?

나는 적어도 하나는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인수 당시 높이 평가했던 경쟁력이 통합 과정에서 약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 브랜드가 고객에게 제공하던 가치다.


야놀자는 무엇을 사들인 걸까?

트리플이 종료됐다는 사실만으로 야놀자의 인수가 실패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트리플의 여행 콘텐츠와 개인화 기술이 NOL에서 활용되고 있다면, 독립 앱을 없애는 것이 오히려 더 큰 가치를 만드는 선택일 수도 있다.

NOL의 AI 여행 일정 기능도 그런 방향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NOL에 일정 생성 기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트리플의 경쟁력이 온전히 계승됐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인수한 기술이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 기존 이용자들이 얼마나 NOL로 이동했는지, 통합 이후에도 여행 일정을 계속 만들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아직 부족하다.

여기서 내가 비판하고 싶은 것은 인수합병 자체도, 브랜드를 종료하는 결정 자체도 아니다.

인수할 때는 서비스의 차별화된 가치를 강조하면서, 통합할 때는 그 가치가 얼마나 남았는지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는 방식이다.

야놀자가 호텔나우와 트리플을 통합한 데에는 각각의 사업적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 선택이 옳았는지는 브랜드가 몇 개 남았는지로 판단할 수 없다.

인수 당시 기대했던 기술과 콘텐츠가 실제로 더 많은 고객에게 제공되고 있는지, 기존 고객이 누리던 경험은 얼마나 개선됐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트리플은 사라졌다.

놀유니버스는 이제 NOL이라는 하나의 플랫폼에서 더 큰 여행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보여줘야 할 것도 분명하다.

앱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합쳤는지가 아니라, 인수한 서비스들의 강점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살려냈는지다.

야놀자는 트리플을 사들였다. 그리고 트리플이라는 이름을 없앴다.

이제 궁금한 건 하나다.

트리플이 가지고 있던 가치까지 제대로 가져온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