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 카드사 출신 CEO 수혈
자본이 바라보는 세계는 냉정함 그 자체입니다. 숫자로 증명되지 않는 업계의 ‘낭만’이나 ‘스토리’ 따위는 그다지 기대하지 않죠. 올해 매각 작업이 잠정 중단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하나투어를 IMM은 여행업계 최초로 ‘집행임원제’를 도입하고 카드사 출신의 전문 경영인을 수장으로 영입한다고 밝혔습니다.

밸류업 기술자가 필요하다
하나투어는 신임 대표집행임원으로 현대카드 마케팅 총괄과 롯데카드 대표를 지낸 금융·플랫폼 전문가 조좌진 씨를 내정했습니다. 여행업 경력이 전무한 외부 인사를 사령탑에 앉힌 셈입니다.
그렇다고 IMM에서 여행업 전문가를 선택한 이력이 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송미선 대표는 보스턴컨설팅그룹 소속으로 하나투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하나투어의 비즈니스에 대해 사전 학습이 조금이라도 되었다고 하죠.

루머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신임 대표를 선임하면서 대주주인 사모펀드(IMM PE)가 바라는 것은 오로지 원매자와의 몸값 격차로 결렬된 매각 시나리오의 재설계입니다. 지금 하나투어에 필요한 건 여행업에 대한 장기적 비전이 아니라, 단기간에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재무적 최적화입니다. 현대카드 블랙을 기획했던 브랜딩 역량은 건당 결제 가치(Unit Economics)를 높이는 단가 인상에 쓰일 것이고, 디지로카를 안착시킨 플랫폼 경험은 고정비를 쥐어짜 매각 몸값을 올리는 데 동원될 것입니다.
집행임원제 도입
기존의 대표이사제를 폐지하고, 이사회는 감독 기능만 맡으며 실제 회사 운영은 조 내정자를 비롯한 4인의 집행임원단이 전담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의사결정과 집행을 분리하는 ‘선진 지배구조’를 표방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사모펀드가 주주총회라는 번거로운 절차를 건너뛰고 경영권을 완벽하게 통제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이사회 결의만으로 경영진을 신속하게 교체할 수 있는 기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등기이사 선임 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나 인사이트 노출을 우회하려는 아주 영리한 구조적 설계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프리미엄과 AI 혁신?
새로운 사령탑은 프리미엄 여행시장 확대, 인바운드 육성, AI 기반 디지털 혁신을 3대 성장축으로 선언하며 데이터 분석 기반의 효율성을 강조했습니다.

화려한 테크 트렌드의 수사를 걷어내고 유행하는 기술 이면의 자본 논리를 보면, 결국 “더 비싸게 팔고, 운영 비용은 깎겠다”는 재무적 선언으로 봐야 합니다. 대부분의 컨설턴트 출신의 외부인원이 바라보는 여행업은 고비용, 저마진 비즈니스로 보일 뿐이죠. 어떤 사람이 들어온다고 해도 저 구조부터 자신은 고칠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하면서 시작하기 마련입니다. 수년간의 여행업으로 유입된 전문경영인, 컨설턴트 들은 모두 본인은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같은 일을 해왔었죠.
저가 덤핑 경쟁을 지양해 건당 마진율을 올리는 동시에, 상담과 예약 프로세스에 AI 자동화를 이식해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이죠. 다음 매각 테이블에 다시 올라갈 때, 기업의 현금창출능력(EBITDA) 지표를 가장 매력적으로 포장하기 위한 사전 작업입니다.
목표는 매각
결국 하나투어의 이번 결단은 대한민국 여행 산업 전체에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얼마나 감동적인 여행을 만드는가'라는 감성의 시대는 가고, '테크 플랫폼 위에서 얼마나 높은 마진율을 증명하는가'라는 자본주의의 냉혹한 숫자만 이야기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전통적인 대리점 중심의 유통 구조와 Legacy 시스템을 걷어내고 재무 기술을 이식하려는 사모펀드의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습니다.
이제 하나투어는 다양한 여행 상품을 제공하는 대한민국 대표 여행 기업이 아닌 자본주의의 대표 상품이 됩니다.
